<시론>라윤도 건양대 교수

이달 초 한 중앙방송사에 의해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사흘간 열린 '서울 디지털 포럼 2008'은 21세기 IT혁명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세계적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상상력(Imagination)'을 주제로 다양한 토론을 벌인 자리로 미래에 대한 비젼을 확고히 해준 뜻깊은 자리였다.

"상상력-기술, 정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우주"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이 포럼은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을 비롯, 미국 CBS 방송과 파라마운트 영화사, MTV 등을 거느린 바이컴 그룹의 섬너 레드스톤 회장, 아타리 창업자이자 비디오게임의 아버지라 불리는 놀란 부쉬넬, 구글의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인 데이비드 온, MIT 미디어 랩의 창시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메가트렌드'의 저자 존 나이스빗 등 가히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정상이라할 만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사고와 창조적인 비전을 찾기 위한 국경없는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 기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총사령관격인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예측하는 '미래'를 설명하고 그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해법까지 제시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코드는 대회의 주제로 삼은 '상상력' 이었다. 상상력은 불확실성과 혼돈의 벽을 예리한 통찰로 꿰뚫어보게 해주는 불빛이자, 창조적인 대안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라는 것이었다. 인간이 하늘을 난다는 상상이 없었다면 어떻게 비행기가 발명될 수 있었겠는가 하는 반문도 있었다. 개막연설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상상력은 꿈을 실현시키는 힘"이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CIO (Chief Imagination Officer) 즉, 대한민국의 상상력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해 참석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또한 참석자들은 현재 IT기술의 발달로 무한히 확장되어가는 미디어 기술의 내용을 채우기 위하여 미래는 '콘텐츠'전쟁이 될 것임을 예측했다. 레드스톤 회장은 "변하지 않는 것은 흡인력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과 가치이다. 어떤 매체를 이용하던 간에 소비자들은 좋은 콘텐츠를 원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콘텐츠는 미래의 왕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상상력과 꿈에 대하여 말한다면 대전이 그 중심에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5년전 화려하게 막을 올려 대전을 세계적인 과학기술도시로 발돋움하게 했던 '대전 엑스포 93'의 감격이 대부분 시민들의 가슴 한켠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런 대전시민들에게 이달 중순 통보된 정부의 엑스포과학공원에 대한 청산명령은 날벼락이자 과학도시, 상상력도시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대전은 우리나라의 선진국 도약의 원동력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엑스포과학공원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상징하는 테마파크로서 큰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느낀 실망감은 형언키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가 전혀 예측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사로 이대로 가다가는 정부의 최후통첩성 결단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엑스포과학공원의 만성적자는 관객 창출을 위한 콘텐츠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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