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칼럼>서울본부 취재국장

지난달 30일 18대 국회의 법정 임기가 시작됐다. 5일 개원을 하려 했지만 쇠고기 파동으로 당분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고시를 강행한 데 크게 반발한 민주당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 나선 것이다. 국회법은 국회 임기 개시 이후 7일째 되는 날 개원 국회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일의 국회 개원은 선택이 아니라 법으로 정해진 의무사항이다. 국회법도 지키지 못하는 국회에 무엇을 바라겠는가.

우리 국회의원보다 더 좋은 직업은 지구상에 흔치 않다. 우리보다 경계 규모가 크고 소득수준이 높은 영국·독일 등의 국회의원 연봉보다 더 많은 예산을 쓰면서도 일은 적게하고 싸움으로 지새는 날이 부지기수다. 우리 의원들은 매월 1619만원(활동 지원비 포함)의 돈을 받는다. 이외 6명의 보좌관과 비서진을 거느린다.

정상 개원이 된다고 해도 국회 의원은 1년에 4개월 정도 일하고 1인당 연 4억6872만의 세금을 쓴다. 반면 영국 의원은 연봉은 6만파운드 (약 1억2000만원), 독일 의원은 매월 1만729유로(약 1600만원)의 세비를 받는다. 이 두 나라 의회는 휴가기간을 제외하곤 늘 열려 국정 현안을 다룬다. 이 세비만 비교해도 우리 국회도 달라져한다. 민주당이 민의를 대변하는 공당이라면 촛불 대신 국회의 불을 밝혀 따져야 한다. 쇠고기 문제이든 아니면 한나라당과의 원(院) 구성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 내려는 의도이든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17대 국회도 출범 당시 국민의 기대가 컸다. 04년 3월 헌상 사상 초유의 탄핵 여파로 열린우리당이 과반인 152석을 차지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구나 대대적인 물갈이로 초선 의원 비율이 62.5%에 달했다.

입법 활동의 대표적인 기준인 의원 발의 법안 처리 건수가 사상 최다인 6387건이 넘었다. 하지만 이중 가결된 건수는 21.2%인 1351건에 그쳤다. 이런 외형적인 모습과는 달리 국민들은 17대 국회를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로 기억하고 있다. 이념 과잉으로 초반부터 야당을 무시하고 4대 개혁입법을 밀어 붙이는 과욕을 부렸다. 여·야 간은 물론 소속 정당 내에서 조차 의원들 간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한 탓이다.

이로 인해 민의의 대변은 커녕 입법 활동도 원활하지 못했다. 그런 만큼 18대 국회는 우선 소통이 잘 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은 물론 행정부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국회는 소통의 주체가 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17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야당을 진정한 국정 파크너로 존중해야 한다. 설득하고 양보도 해야 한다.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하는 정치가 바로 정치다운 정치가 아니겠는가. 물론 야당도 달라져야 한다.

소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떼쓰기, 악쓰기에 의존한다면 정치의 발전이나 생산적인 국회는 요원한 일이다. 국정에 협조할 것은 해야 한다. 야당이 초반부터 국회 출범과 동시에 장외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도 보기 좋게 안보이질 않는다. 쇠고기 파동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속셈으로 비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미 FTA 비준 등도 국회의 상임위가 토론의 주무대가 돼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도 이제 의원들은 달라져야 한다. 국가 현안이 있으면 해당 상임위을 열어 밤샘 토론을 해서라도 국민의 여론을 대변해야 한다.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