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조금 넘는 군 소재지 한 읍내에서 사는 필자는 요즘 재래시장의 분주함을 즐기고 있다.

도시에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편리함이나 깔끔함은 부족하지만 직접 재배한 채소를 구입하니 신선함과 안전함이 담보돼서 좋다.

요즘 우리 밥상이 뜨겁다.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發 우리 식탁의 안전성 논란 때문이다.

사실 우리 밥상 위의 잠재적인 화약고는 또 있다. 바로 유전자 변형 농산물(체)(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다.

우리나라가 광우병 열기로 뜨거워질 즈음, 유전자변형 옥수수종자가 국내 여러 항구를 통해서 들어왔다.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말 그대로 유전자가 변형된 농산물이다.

그럼 왜 만들었을까? 작물의 재배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작물은 밭으로부터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인간처럼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와 같은 적들과 싸워야 한다. 잡초와도 생존을 건 경쟁을 해야 한다. 농부들은 수많은 적들과 싸우느라 힘에 부친 작물을 도와줄 수 있다.

농약 살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은 그러한 농민의 도움조차 필요없게 만든 작품이다. 종자에 해충에 상하지 않고 제초제에도 죽지 않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논란이 되고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의 꽃가루에 다른 곤충이나 미생물이 희생되거나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출현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전체에 만연되어 있는 다양한 알러지도 유전자 변형 농산물로 만든 음식인 GMO 푸드 때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지구촌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 2007년 세계 작물별 경작면적은 콩, 옥수수, 목화 순으로 자그마치 1억1430만ha에 이른다. 나라별로는 미국이 5770만ha로 단연 최고다. 중국도 380만ha에서 토마토 등이 재배되고 있으니 안전지대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한 상업적 재배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쌀을 뺀 거의 모든 농산물을 수입(식량 자급률: 28%)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는 선택의 폭이 좁다. 지금도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재배와 수입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역시 국민의 건강권 때문이다.

세계 굴지의 종자회사로부터 로비와 알력에 굴복한 농업대국의 통상압력이 농산물 수입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도 부족한 식량 수급을 위해서 수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선진국들은 표지제도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선택의 시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