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달력을 펼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나 유월 하순이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문제로 급등하는 유가 문제로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로 온 나라가 들끓는 가운데 거의 밤마다 이루어지는 촛불 집회가 유월의 밤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늙은 소는 안 된다고/ 미친 소는 더 싫다고/ 하늘하늘 촛불 들어 혼불 짓는 광장 너머/ 밭 갈고/ 논 삼던 누렁이 배경처럼 흔들린 날/ 도심 자투리땅에서도/ 산비알 묵정밭에서도/ 하얀/ 손에 손을 맞잡고 야윈 등 기대가며/ 맞지유/ 암 맞구말구유/ 맞장구치며 일어선 꽃./ 망초와 망초끼리 뜨겁게 어깨 걸고/ 생 울음 들이키며 머리 깊이 조아리는/ 아침은/ 유월 아침은/ 견딜 수 없이 눈부시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나라 방방곡곡 어디에나 무리지어 피어나 온 나라를 하얗게 수놓는 '개망초'를 요즘 세태에 빗대어 노래한 본인의 졸시다.

개망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풀로 망초, 왜풀, 왜풀떼기, 개망풀, 계란풀, 망초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 잡초로 선교사를 통해 들어왔다는 설과 한국동란이나 구호물자를 통해 들어왔다는 설이 있는데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왔다 하여 망초 또는 망국초라 한다.

일설엔 일본이 우리나라를 통치할 때 금수강산을 황폐화하기 위해 번식력 강한 이 풀을 들여왔다는 설도 있어 '왜풀', '왜풀떼기'는 이런 연유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너무 흔해 금방 잊어버린다 하여 망초꽃이라고도 하고 꽃 모양새가 계란후라이를 닮았다하여 '계란풀'이라고도 한다.

어느 것이 맞든 들어온 지 백 여 년밖에 안 되었지만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번식력이 강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기에 남달리 그윽한 눈길 한번 끌지 못하지만 그래서 꽃인 줄도 모르고 홀씨 훌훌 날리고 말지만 왠지 우리 민초들과 참으로 많이 닮은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밭농사 김매는데 짐이 되어도 산바람에 일렁이는 묵정밭 너머 도시의 자투리 땅 언저리로 잔잔한 웃음을 건네주는 관심두지 않아도 저 홀로 피어 혼자가 아닌 무리로 비로소 꽃이 되는 꽃. 이 유월 개망초꽃 지천으로 핀 들녘을 내달리고 싶다.

흑도 백도 아닌 회색빛 세상을 일갈하면서 하얗게 일어서는 한 무리 망초꽃이고 싶다.

김용택 시인의 '또?'를 읊조리며….'새시대가 와부렀다는디/ 저 묵정밭에 망초꽃은/ 허옇게 히야디지고/ 이 내 맘은/ 발보다 먼저 뛰고/ 맘은 가는디 발은 허방이구나'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