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대표 권한놓고 법정공방까지 번져
자체규약 개정ㆍ전국 첫 청문관제 도입 눈길

전국적으로 아파트 관리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주민 스스로가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자발적 문제해결을 위해 청문회와 모금운동까지 벌인 대전의 한 아파트 분쟁 현장을 집중 조명했다.

2006년 말 완공과 더불어 신규입주를 시작한 유성구 장대동 p 아파트는 총 562세대. 10개 동 대표로 이루어진 입주자대표회의는 하자보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대표회의 임원 중 일부가 '특혜성 보수혜택을 받은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주민들은 진실규명을 위한 자체 청문회를 열어 1기 대표회의 해산건을 채택, 주민투표에 돌입해 입주민 2/3 이상 찬성이라는 근거로 대표회의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대표자격을 해임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1기 회장인 a모씨는 사퇴불가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반발한 입주민들은 새로운 대표회의를 구성하기 위해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킨 후 선관위를 구성, 제2기 대표회의를 출범시켰다.

위탁관리 방식으로 임명된 관리소장까지 경질해가며 자구노력을 폈지만 돌파구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아파트 관리 및 금전출납의 모태가 되는 고유번호 부여 업무를 맡은 일선 세무서로 불똥이 튄 것이다. 14일 고유인증 발급업무를 담당한 서대전세무서를 집단 방문한 입주민들은 4시간여 항의 끝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보자'는 의견을 듣는 선에 만족해야 했다.

이 아파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실질적 이유는 전국 최초로 입주자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청문회를 연데다 선관위를 구성하고 자발적 성금(1000만원)으로 신임 대표자회의의 비용을 충당했다는 점이다. 맞고소 등 어느 면으로 보나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 법적 소송까지 불사한 이들에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현행 법률상 공동주택(아파트)은 주민들이 자치관리위원회 운영과 대표자회의 구성후 관리업체에 위탁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아파트 하자 보수는 물론, 통상적인 관리비와 수선유지, 입주민 후생복지 업무까지 영역이 확대된 대표회의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주민공동의 수임기구라는 책임과 교훈이 되고 있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이들이 자치관리규약을 개정하면서 전국 최초로 대표회의를 감시감독할 수 있는 '청문관 제도'까지 도입했다는 점이다.

소송 중 사건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 이 아파트의 입주민간 벌어진 '내분'은 단순히 이권의 문제를 넘어 아파트 자치관리 관례에 또 다른 연구사례가 될 전망이다.

제1기 회장을 맡은 a씨가 대전지법에 제출한 '(대표회장)지위존재 확인소'와 입주민들의 자구노력으로 결성한 제2기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법적 결과를 차치하고라도 이 아파트의 '분쟁'은 주민 스스로의 자구 노력자체로 주목을 끌고 있다. /대전=허송빈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