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교수

요즘 세상은 정보의 홍수다. TV와 신문은 물론, 인터넬 포털사이트에 이르기까지 눈만 뜨면 새로운 소식에 접할 기회가 널려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쪽 저쪽에서 그런 저런 자료를 퍼 날라서 새로운 짜깁기 글을 만들기도 수월하다.

오죽했으면 정보의 바다가 아닌'오염의 바다'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까.

이 중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여론조사기관의 발표 내역이다.

한국은행은 물론, 통계청, 각종 연구개발원 등 유관기관 단체에서 쏟아내는 정보만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진다. 그런데 묘한 부분이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자료들은 한결 같이 공통분모가 있음에도 불구, 접근하는 시각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극한의 반대 시각으로 자리잡는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동향과 통계치다.

실제 일전 어느 한 언론에서는 속칭 '버블세븐'으로 불리는 강남 이남지역의 부동산 침체를 보도한 바 있다.

그것도 제목을 '폭락' 또는 '붕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을 달아가면서까지.

내용은 간명하다. 올해 들어서만 집값이 최고 3억~4억원씩 폭락하고, 거래가 '실종' 상태에 이르는 등 그간 과도했던 가격 거품이 빠르게 걷히고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확대해석을 했느냐에 있다.

항상 그래왔듯이 소수점 이하로 떨어진 가격을 보고 '붕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그들이 제시한 도표만 보더라도 2006년과 2007년 두자리 수 이상 폭등했던 가격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제 겨우 - 0.**% 떨어졌다고 버블붕괴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집 한채 마련하려고 한달에 100만원씩 꼬박 7~8년을 모아야 벌 수 있는 금액이 1억원이다. 4인가족 기준으로 볼 때 월 100만원을 저축하기란 여간 녹녹치 않다.

중·고생이 있는 외벌이 가장에게는 더더욱 버거운 자산규모다.

그런 그들에게 몇년 사이 2~3억이 떨어졌다면 놀라 넘어질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치는 중요한 대목을 간과했다.

수년 전 기본분양가에 얼마가 상승했느냐를 슬쩍 숨겨버린 것이다.

분양가 대비 최고 100% 이상도 오른 아파트가 이제 겨우 10% 안팎으로 떨어졌을 뿐인데 '버블붕괴''라는 표현이 옳은 것일까.

더 솔직히 말해 '버블붕괴'라는 표현을 쓰려면 상승분 대비 최소 30% ~ 50% 이상 가격이 빠져야 하는 건 아닐까.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치의 함정 외에도 일반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하는 설문조사의 오류도 곳곳에 숨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표본조사라는 것이다.

1000명에 이르는 설문대상자를 추출해 답변한 이들이 100여명 밖에 안된다고 가정할 때, 과연 100명이 국민의 여론을 대표할 수 있을까.

응답치 않은 90%의 의견은 과연 긍정일까 부정일까 따져보지도 않은 채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분석을 하고 발표를 하는 낯뜨거움은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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