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라윤도 건양대 교수

라윤도 건양대 교수

최근 정부대전청사 이전 10주년을 맞아 청사 내 각 기관 공무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95%가 대전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만족하는 이유로는 출·퇴근시간 감소, 저렴한 주택가격, 가족과의 공유시간 확대, 쾌적한 생활환경 등을 들었다.

그러나 불편한 점으로 문화예술 향유기회 부족, 교육기회 부족, 여가 및 오락공간 부족 등을 들었다. 이같은 문화적 측면에서의 불만감 표출은 그동안 문화예술도시로의 자리매김을 위해 대전시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데 비해볼 때 아쉬운 생각이 든다.

대전은 원래 호남과 영남이 갈라지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하는 중간적 위치 때문에 우리나라 최고의 교통의 요지로 알려져 왔다. 거기에 충절과 효를 상징하는 충청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도 해왔다.

솔직히 지리적으로 중간적 위치는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21세기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문화적 특성을 간직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대전하면 떠오르는 무엇이 없고는 대전이 모두가 방문하고 싶어하는 살고 싶어하는 도시가 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비록 대전이 행정구역상 충남과 분리가 되었다고해서 충청문화의 대표성마저 포기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대전 안에 있는 충청문화의 잔재들을 잘 복원하고 체계화하여 문화적으로는 충청권을 대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전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많은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여 충청문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대전 안에 충청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유적은 많다. 제대로 발굴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아 교육이 안되었을 뿐이다.

우선 인물만 보아도 조선 효종 때의 충신 동춘당 송준길을 비롯, 사육신의 한사람인 박팽년, 한말 사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단재 신채호 등이 있고 곳곳에 선사시대유적지 등이 있다.

또한 6.25전쟁의 숱한 애환이 서린 대전역과 같은 현대사의 현장도 있고 조선시대 레저의 중심지였던 유성온천도 있다. 더욱이 과학단지와 1992년 세계엑스포 등을 계기로 대전은 과학문화도시로의 위상을 높인 바도 있다.

전국 최고 규모의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을 비롯하여 시립미술관 등 공연전시시설도 훌륭하다. 대학도 세계로의 도약을 서두르고 있는 KAIST를 비롯, 충남대 등 7~8개가 있어 웬만한 교육적 수요는 모두 충당할 수 있다. 국제규모의 월드컵 축구장도 있고 다양한 여가 및 오락 공간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교통도 좋고 역사문화적 자원도 풍부하고 여러 가지 문화예술 인프라도 충분한데, 대전이 문화예술적으로 또한 교육적으로 낙후된 도시로 인식되는 것은무엇 때문일까?

결국 이같은 인프라를 종적 횡적으로 네트워킹화 하여 시너지효과를 창출해내는 역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고 그렇게되면 대전시의 행정력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행정의 중심을 문화예술의 고양에 두고 대전시의 모든 문제를 그곳에서부터 풀어가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전의 문화예술적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재미있는 도시, 가서 살고싶은 도시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전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매력있는 도시 대전"을 만들어야할 책임은 일차적으로 지자체에 있는 것이다. 그 위에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협조가 더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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