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아침에>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장석원 영동대학 바이오지역혁신센터 산학협력 전담교수ㆍ농학박사

하지(夏至)를 한 달이나 지났는데도 낮 길이가 아주 길다. 그래서인가? 저녁식사 후 산책이 즐겁다. 필자가 즐겨 찾는 산책로는 논과 밭 사이에 있는 신작로다.

언제나 정겹고 운치 있다. 맑은 물이 흐르고 수초사이로 토종 물고기가 떼를 지어 다니는 냇가를 따라가다 보면 벼가 이미 무릎까지 커진 논과 연한 보랏빛 포도송이가 탐스럽게 달린 포도밭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국세청은 작년 우리나라의 와인 소비량이 위스키를 처음으로 앞질렀다는 소식을 전했다. 와인과 포도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주지의 사실.

필자가 사는 충북 영동의 포도는 브랜드로서 이미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다.추풍령과 무주구천동을 잇는 험한 산세에서 나는 포도는 맑은 공기와 큰 기온차로 인해 맛과 영양이 탁월하기 때문이다.전국 15%를 웃도는 재배면적과 생산량도 국내 최고다.

작년 우리나라 1인당 와인 소비량은 500㎖기준으로 2.03병이라는 보도다. 이쯤되면 우리국민 다수가 웬만한 기념일에 와인잔을 기울인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우리나라 농민들의 주머니가 크게 두둑해진 것도 아니다. 전체 와인시장에서 수입와인이 차지하는 비율(2000년 50.5%, 2007년 85.4%)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저렴한 와인이 수입되고 있는데다 한·미 FTA가 발효되고 한~중국, 유럽연합 FTA가 체결되면 와인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즘은 뉴스를 통해 와인 효능에 대한 보도를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는 와인의 효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 '비슷한 식생활 습관을 가진 유럽 국가 중 프랑스인들의 낮은 심장병 발병률이 포도주의 섭취와 연관이 있다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실제로 적포도주에는 수많은 생리활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 병원균에 대항해서 포도나무 스스로가 만든 방어물질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강력한 항산화 및 암 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굳이 와인까지 들지 않더라도 포도는 요즘 뜨는 말로 웰빙 과일이다.

현대과학은 포도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인 피부미용과 항암효과가 특히 좋은 것을 알리고 있다. 우리 조상들도 그 우수함을 놓치지 않았다. 유명한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포도는 성질이 편안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기술되어 있다.

또 "소변을 잘 통하게 하고, 기를 보하며 살을 찌게 한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식품이란 얘기다. 한국인들의 포도 섭취량은 선진국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라는 통계다.

와인 소비량도 포도 섭취량과 크게 다를 바 아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레스베라트롤이 많이 포함된 껍질과 씨앗은 즐겨 먹지 않는다. 지금 포도의 고장 영동에선, 보랏빛 포도 송이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 와인열차를 타고 영동의 포도밭을 향하는 것은 어떨까? 시간이 부족한 독자들이라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와인시장. 주말 저녁에 영동산(産) 포도주나 포도주스를 식탁에 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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