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칼럼>서울본부 취재국장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신이 내린 직장, 이란 공기업 경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각종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시험성적 조작, 직원부정 채용, 회사공금 도박탕진, 법인카드 주무부처 직원 유흥비와 직원들 끼리 룸살롱·골프장 이용 결제, 납품업자 돈으로 해외여행하기 등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또 국고보조금 수백억 사내복지기금 전용, 주택보유 직원 불문 전세자금 700억원 무이자 대출, 4채 집을 가진자에게 주택자금 제공, 전직원에게 180만원 씩 백화점 상품권 나눠갖기 등 빼 먹기 수법도 가지가지다. 이처럼 공기업은 비리의 백화점이요, 방만함과 비효율이 함께하는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공공부문의 경쟁력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도 대선 공약으로 공기업 개혁을 내세웠다.

정부는 당초 공공기관운영법상 305개 공기업과 기타 공공기관까지 총 596개 기관을 대상으로 민영화와 통폐합,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진이 빠질 대로 빠진 데다 해당 공기업 노조 반대로 전력·가스 등 주요 에너지공기업 민영화가 철회되는 등 흐지부지 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처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기업 선진화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공공부문의 선진화는 더 늦출 수 없으며 국민 대다수도 개혁과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는 우선 공기업 개혁을 각 부처에 맡긴다는 점이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대신 지식경제부나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개별 부처들이 각자 다음 달부터 공청회를 열어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토록 한 것이다. 이는 고양이게 생선을 맡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다른 문제는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을 개혁하겠냐 하는 의구심이다. 한국전력·석유공사·가스공사·수출보험공사 CEO 공모의 경우 각각 20명 안팎의 자천·타천 인사가 몰렸으나 적합한 후보가 없다며 재공모를 결정했다.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공기업 개혁을 추진할 최고의 인물을 모시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내정된 안택수 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도왔던 것 이외 정작 금융 분야에 대해선 별다른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정형근 전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정보공안통이다.

최근 선임된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회장도 대통령 주변 인사다. 인사 실패에 대한 뼈저린 반성은 커녕 오기라 아니할 수 없다. 결과가 이러니 "정부가 제 식구 챙기기를 위해 외곽을 때리면서 석 달째 인물타령만 한다"는 질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공기업은 낙하산으로 내려온 임원을 끗발 있는 이사장이라면서 내부적으로 반기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 그런 공기업은 응당 해야 하는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데 끗발 있는 이사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차지하다보니 노조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신규로 선임이 완료된 85명의 공공기관장 가운데 충청권 출신은 10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면 영남권은 37명으로 43.5%을 차지하고 있다. 충청권은 내각과 수석에 이어 공공기관장에서도 인사 홀대를 받고 있다. 공기업 CEO 자리는 정권 탄생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전리품으로 내주는 자리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측근인사, 낙하산 인사야말로 공기업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원흉이다. 개인적 연고로 공기업 임원 자리를 전리품 나누듯 하는 인사야말로 개혁을 후퇴시키고 선진화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노조 등의 반대로 민영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개혁 자체가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기업 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국민이다. 국민을 위해서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공기업 개혁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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