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김완하 시인ㆍ한남대 교수

김완하 시인ㆍ한남대 교수

페루에 잘 다녀왔습니다. 페루는 잉카문명의 유적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스페인에 의해서 300년 가량의 식민지를 체험한 나라지만 페루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국이 스페인이라 할 만큼 거부감이 없다고 합니다. 남태평양을 왼쪽에 끼고 나스카로 가며 펼쳐진 사막은 불모의 세계 안에 건설된 잉카인들의 영화와 절망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마추픽추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지정이 되어 있고, 나스카의 그림 또한 불가사의에 해당할 만큼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물개섬에 가서 본 물개와 그 수많은 새들은 아직도 제 머리 속에서 날개를 펄럭대고 있습니다.

섬 주변을 날고 있는 새들을 보면서 로맹가리가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를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잉카의 수도 꾸스꼬(배꼽), 땀보마차이(성스러운 물줄기), 꼬리칸차(태양의 신전), 빠짝까막(천지창조), 티티카카호 호수, 아따까마 사막, 우로스 섬,제사용 칼 뚜미, 엘 콘도르 파사, 하이나피추(젊은 봉우리), 마추픽추(늙은 봉우리)에는 '태양을 묶어두는 기둥'이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았던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모든 가로수가 벤자민이었습니다. 페루에 가서 접했던 많은 이미지와 사물의 용어들이 제 머리 속에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우로밤바 강을 그대처럼 옆에 끼고 마추픽추로 가는 길에 바라 본 계단식 밭은 그대를 향한 사랑처럼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산비탈에 한 계단의 농사를 지어보고 그것이 가능하면 다시 한 계단을 올려 농사를 짓고, 그렇게 하여 산 정상에까지 다가가는 농법! 그리하여 그대의 가슴 속으로 한없이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페루에는 생각 외로 우리 차가 많았습니다. 중고차로 수입되는 한국 차들이 페루의 시내를 달리고 있었는데, 티코, 아토스, 프라이드 들이 영업용차로 둔갑해 있었습니다. 요즈음은 소나타가 가장 선호하는 차라고 하였습니다. 과연 한국의 경제적인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그러나 실상 페루인들에게 한국은 문화적으로 아직은 멀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로 남아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토론토에서 달려간 나이아가라 폭포의 웅장함은 이 세상에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캐나다의 살기 좋은 풍경과 사회제도는 우리 인류가 이 지상에서 펼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의 가능성의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나이야가라!'라고 하여 그곳에 가면 젊어진다고 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배를 타고 폭포 밑을 지나면서는 애·어른 할 것 없이 그 폭포의 장엄함에 들떠서 철없이 좋아하다 보면 십년씩은 충분히 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저도 그랬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저에게 이번 여행은 '가이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일깨워주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50여명에 이르는 참가자가 두개조로 나뉘어 가면서 두 명의 가이드를 대동했는데, 그 두 사람의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로 판이하게 구분이 되었습니다.

능력이 미흡한 가이드와 동행한 사람들은 그 여행이 궁금증만 더하는 과정이었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다 서로에게 가이드인 것입니다. 함께 길을 가는 인생의 좋은 가이드인 것입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모두가 다 좋은 가이드가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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