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칼럼>본보 논설위원

▲ 김영대논설위원

10여년 전 전국적으로 '한집 한가훈 갖기' 운동이 유행처럼 캠페인화 했었다.

우리의 전통적 가족규모가 소위 핵가족이라는 단위로 급격히 핵분화 되면서 가족적 규범의 붕괴를 우려한 사회적 반작용이었던 것 같다. 꼭 엔트로피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인류의 사회적 생활양식이, 지역세나 문화권에 상관없이 대규모 공동체로부터 소규모 집단으로, 다시 개인주의적인 형태로 계속해 분화하여 내려온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신분이나 가계적 기록인 족보가 호적으로, 세대별로, 또 다시 개인별 주민등록으로 세분화하는 제도적 변화도 단적으로 그러한 흐름의 반영인 셈이다. 때문에 시중에는 마침내 인권과 개성별 주장이 차고 넘치지 않던가.

너·나 모두가 '내 인생은 나의 것'을 외치는 독불장군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세상사가 극단적 개별화로 변모한다 해도 모든 사회적 조직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아직은 없다. 무소유의 자유를 주창하는 구도자라도 결국 그가 속한 집단의 막강한 권력과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고는 아무런 자유도 보장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간은 누구라도 특정 집단의 구성원일 수밖에 없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선택 속에서 정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이들은 오늘도 특정집단을 선택하고 관계자들 선동에 귀를 기울인다. 아무리 바둥거려봐도 일정 틀 속에서 나의 삶 정도가 결정되는 것을 부인할 방법이 없어서일 것이다. 정치라면 신물이 난다는 이들 누구도 마찬가지다.

시작 단계부터 크게 기대했던 것도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의 당찬 약속이던 7·4·7 비전이라는 것도 물건너가는 눈치다.

우리나라 경제는 연 7%는 커녕 5% 성장도 기약할 수 없으며, 그리되면 4만 달러나 G7 같은 목표는 당연히 없었던 얘기로 돌아간다. 이렇게 되는 것이 물론 이제 집권한 지 5개월도 안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고, 그 이전 정권이라고 해서 선거 때 떠들었던 약속을 끝까지 지켰던 것도 아니니 새삼스레 책 잡을 사안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이 현실이라고 해서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비전을 언제까지 무죄방면으로 방관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참기 어렵다. 내 인생은 내 것이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부 위탁한 나의 삶이 멋대로 농락당하는 꼴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인들로부터 '되지도 않는 소리'를 입맛대로 떠들 수 있는 권리를 회수하는 방안을 이제는 심각하게 모두가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보여 진다. 정치인들이 때만되면 쏟아내는 허무맹랑한 약속과 무지한 소신은 현실적으로 분명하게 사회와 국민 각자의 미래에 심각한 직·간접적 피해를 주게 마련이고, 주민들의 위임된 인생은 가능한 피해로부터 항상 보호받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은 온통 허무한 언의의 환상속에서 춤을 춘다. 7·4·7이 그렇고 대운하가, 전국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언어(발표)가, 동·북아 중심이니, 물류중심, 금융 중심이란 말들이 그렇잖은가. 또 충청권 행정중심 북합도시의 획기적 추진, 경제자유구역 조성 등등 그 속에 들어있는 각종 작전이름(?)이 그렇고, 수백조원을 들먹이던 화폐 규모가 그렇다, 특정지역 명품 도시화란 구호도 주민들을 짜증나게 만들고, 각종 국제 행사나 대회 환상이 어처구니 없으며, 역겹기까지 하다는 지적이다.

누구를 위해 누가 결정한 모델인지를 알 수 없는 도시별 재생 약속과 등도 그렇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난무하는 정치인들 말장난에 저항할 수단은 별로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요즘같은 핵가족 개별화 시대에 나의 삶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이 명백한데도, 이 말장난 실세들을 강제로라도 대중들이 참여하는 토론장 등으로 끌어낼 방법조차 마땅찮다.

상당수의 떵떵거리는 정치인과 고위직 공무원 집단의 무책임 실태를 현실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거나 부족하다면, 그래서 그들의 무지나 허풍을 그대로 당하고만 살아야 한다면 그런 풀뿌리 민주주의는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것이 집단 공익소송제도 도입의 이유인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조차도 특정 거물정치인들이 막지 않을까 걱정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