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혜 충북대 교수

객원 논설위원

이솝이야기에 이런 우화가 있다. 사자가 거짓으로 죽을병에 걸린 척 했다. 그런 다음 병문안을 온 동물들을 온 대로 잡아먹었다.

이런 사자의 동굴 앞에서 지켜보던 여우가 굴 밖에서 병문안 인사를 하였다. "사자님, 건강은 어떠세요? 몹시 걱정이 되어서요."

이 말을 듣고 사자가 여우에게 물었다.

"너는 왜 굴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만 인사를 하는 거지? 너는 내 건강이 걱정되지도 않은 모양이구나."

여우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천만에요. 제가 사자님 건강을 얼마나 걱정하는 줄 아세요? 매일 매일 동굴 입구에서 사자님의 건강을 위해 노심초사 기도하는 마음으로 서성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사자님! 신기하게도 굴 안으로 들어간 동물들의 발자국은 보이는데, 나온 발자국이 보이지 않아서 동굴 안이 비좁을 것 같아서 이 여우는 동굴 밖에서 인사드립니다."

참으로 똘똘한 여우가 아닐 수 없다. 이솝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이겠지만 병든 사자와 여우 이야기에서 받은 교훈이 있다. 언제까지 계속해서 남을 속이지는 못한다고 일러주고 있다.

가끔 우리 집 꼬마는 학교 시험에서 실수를 하고 왔다고 씩씩거릴 때가 있다.

"다음 중 ~~과 관계가 없는 것은?"처럼 문장 꽁무니에 작은 함정을 만들어 놓은 문제에서 끝까지 세심하게 읽지 않고는 스스로 어처구니 없이 틀렸다고 억울해 하곤 한다. 그 때마다 나는 엄한 얼굴로 녀석을 꾸짖는다.

"그게 바로 네 실력이야. 너는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끝까지 세심하게 문제를 읽지 못하고 답을 적은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거든."

녀석은 냉정한 엄마의 말이 야속한지 팽 하고는 고개를 돌리는 게 일쑤이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릴 때마다 신문의 지면을 펼칠 때마다 라디오 주파수를 맞출 때마다 인터넷 온라인을 클릭할 때 마다 온통 올림픽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있다.

수영 8관왕의 신화를 이룬 팰프스 이야기, 귀여운 푸우를 닮은 역도의 장미란 선수 이야기, 금메달 살인 윙크로 누나들의 마음을 일순간에 앗아 가버린 배드민턴의 이용대선수 이야기 등등.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누구나 많은 노력과 열정으로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했을 것이다. 그가 금메달은 딴 선수이든 혹은 메달은 따지 못한 순위권 밖의 선수이든 간에 말이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뜻밖의 실수로 인해서 은메달을 딴 선수도 있고 환경에 미쳐 적응을 하지 못해서 메달 권 밖으로 밀려난 선수도 있을 것이다.

고생하는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여우처럼 조금 더 세심한 관찰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리라.

작은 실수는 자칫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기와도 같은 것일 테니까.

시간차에 적응하지 못 했다는 환경 부적응에 관한 변명이나 나이가 많다는 변명은 38세에 그것도 마라톤 금메달을 딴 루마니아의 토메스쿠나 41세의 수영선수 토레스가 일축하고 있지 않은가?

누구나 피땀 흘리는 노력은 하고 있으며 그 노력의 댓가를 기대하고 있다.

어차피 고생하는 것이라면 조금 더 세심하게 조금 더 신중하게 경기에 임하면 어떨지 조심스레 한 마디 던져보고 싶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