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웅ㆍ소설가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서 한국의 여자 양궁 대표선수와 중국의 여자 대표 선수가 결승전을 놓고 경기를 한 일이 있었다.

세계 일등을 다투는 선수로 말하면 실력이라고 해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선수 당사자의 컨디션이나 운으로 판가름 나기도 한다.

그때 관전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응원을 하는 중국측 관람객 중에 일부가 화살을 쏘는 순간 정숙을 해줘야 하는 원칙을 깨고 한국 선수가 화살을 쏘는 순간 호각을 부는 등 시끄러운 소음을 내었다.

선수는 그런 것도 무시해야 된다고 하지만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화살을 쏘는 순간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것은 무관하다.

그러나 중국측 응원자의 방해는 언짢은 기분을 주기 때문에 선수 당사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 측 선수가 실력으로 이겼으면서도 명예롭지 못한 결과를 준다.

마치 응원자가 게임의 법칙을 깨면서까지 도와줘서 이긴 것이 되기 때문에 아마도 중국 선수도 기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은근히 기대했는지 그 선수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진정한 세계 일등 선수라면 같이 불쾌했을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게임을 해야 하는것인데 가끔 또는 자주 그 게임의 법칙을 깨고 들어오는 경쟁자가 있다.

경기라고 해서 반드시 운동선수들의 운동경기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일이나 삶 자체가 게임이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즐겨 하는 인터넷 게임에도 그 경기 룰이 있다.

게임 중에 예외라는 경우도 있지만, 그 예외조차 하나의 룰이다.

만약 그 룰이 지켜지지 않으면 게임은 중단되거나 무용지물이 된다.

이겨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생활 속의 게임의 법칙을 어기는 자들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체험하는 게임의 법칙에서 소흘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골프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하는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감시자가 없기 때문에 결국 자기 자신이 행위자요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점수 하나를 아끼기 위해 슬쩍 룰을 어겨도 누구 아무도 말할 사람은 없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경우이다.

필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파4홀에서 드라이브로 티샷한 공이 언덕 아래 벙커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휙 돌아보니 시야가 가려서 동반 경기자가 보는 사람이 없어 발로 툭 차서 옆으로 옮겨 놓고 친 일이 있다.

그때 너무나 잘 맞아 홀컵 바로 옆에 온그린 시켰고 결국 버디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기분이 좋았겠지만 임의로 공에 손을 대는 반칙을 했기 때문에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 깨달은 것은 역시 즐거운 경기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된다는 생각이고 그러한 룰이 깨어지는 인생은 참다운 삶이 못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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