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대논설위원

말(言)을 일컬어 신이 인간에게 하사한 선물 가운데 최고의 유산이라고 말한다. 말은 개인의 생각을 만들어 내고 생각은 그 국가의 고유한 문화를 창조해 내는 특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민족정신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크나 큰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나라의 얼은 할아버지, 언어는 아버지, 글은 자녀라는 논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정신적 가치기준인 언어는 얼이요 넋이며 혼인 셈이다.

보통 교육을 놓고 '백년대계(百年大計)'라 말한다. 때문에 교육은 전문적 이론과 실제를 통해 분명한 목표점이 설정돼야만 한다.

조기 영어교육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한 번 따져봤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영어만 잘하면 영재고, 영리하며, 무엇을 해도 1등할 수 있다는 '최고우등생' 의식이 팽배해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올곧은 인성교육은 물론 민족정서까지 흐려놓는 듯한 조기영어교육은 아닌지 되짚어 보자는 대목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영어는 개인적인 비즈니스는 물론 국가의 성장을 위해서 불가피한 과목임에 틀림없다. 특히 국제화·세계화적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 공통어인 영어는 최선진국 문턱에 접근 중인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필수과목인 셈이다.

때문에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열을 높이고 넓히는 것에 대해선 이의를 달 수는 없겠다. 그러나 한글 쓰기는커녕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영아·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조기 영어교육'열풍은 분명 재고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혀를 제대로 돌리고 사고력이 어느 정도 정립된 중·고생 교육과정에서부터 출발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또 상당수 공·사교육 현장에 마구잡이로 선정돼 배치되는 영어 원어민 교사진의 수준과 책임한계 역시 따져봐야 한다. 국적이나 학력 등을 확인한다고는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그들로부터 도대체 무엇을 교육받을 것인가 살펴봤으면 좋겠다. 영어발음? 회화? 문장력? 우선 단어암기? 등등이 아닐 것이다.

우리 전통문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어떻게 감수해 나갈 것인가를 각계는 심도있게 걱정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교육생들 영어능력 우열의식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과 정신적 혼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하는 해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이밖에 영어라는 잣대를 놓고 평가 받아야 할 해당 교사들의 부담감, 모든 학부모들이 떠안아야 할 고액의 사교육비, 공교육 균형에 따른 난제 등은 우리 교육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을까 심려된다. 요즘의 세상을 글로벌시대라 칭한다. 때문에 영어 못하면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들 걱정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 법(過猶不及) 아닌가. 냉철하게 짚어보자. 유아기의 언어이론까지 무시한 채 남발되는 조기 영어교육 열풍으로 인한 부작용(?)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최소한 교육부 산하에 전문적인 연구기구라도 설치하고 과학적인 분석과 실효성 타진 등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광역단체들이 앞 다투어 계획 중이거나 이미 설립한 '영어전문교육타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외국인 전용의 '한국어전문타운'도 함께 설립, 공유하면 좋겠다는 주장을 조심스레 내놔 본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인정하는 '한국어 교원자격증'제를 가동, 자격증을 획득한 그들을 세계무대로 진출시키면 우리 한국어도 머지않아 세계 통용어 대열에 끼지 않을까. 이쯤에서 타국어인 영어의 조기교육 열풍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 한국어만이 지닌 가치를 살펴보자.

우리 언어는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고, 우리 유구한 5000년 역사문화의 버팀목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지 않은가. 보자. 할아버지 아버지라는 존칭과 할머니 어머니라는 정서가 가득 배어있는 반면 영어는 '당신(YOU)'이란 한 단어로만 대치되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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