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최근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을 놓고 여당과 KBS 노조는 찬성 입장을 야당과 공영방송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이사회 추천이 원천무효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에겐 양쪽 세력이 사장 선임을 놓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노무현정권은 신문보다는 방송에 우호적이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정권초 촛불정국에서 방송은 MB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KBS는 촛불시위 현장에서 정부입장보다는 시위대 입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내세우며 등장한 이명박 정권에서는 방송은 우선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정연주 KBS 전 사장의 해임, MBC PD 수첩의 광우병 왜곡 보도 수사,YTN 사장의 낙하산 인사 등을 단행했다.

전 정권에서는 개혁의 대상이 신문이었다면 이번 정권에서는 대상이 방송으로 바뀐 것이다. 대통령이 공영방송의 사장을 해임하고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찍이 우리 방송사에 없었던 일이다.

우선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정 전 사장이 지난 5년간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드는 바람에 당시 야당의 목소리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 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다. 반면 민주당은 KBS가 든든한 동반자이자 앞으로 여당에 적대적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국회의원 수적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음은 물론 나아가 정권을 다시 탈환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권은 KBS 정상화, 야권은 공영방송 수호, 방송의 독립성 보장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막을 보면 이 같은 속셈이 있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은 임면 아닌 임명만을 명시하고 있어 대통령이 과연 KBS 사장을 면직할 법적 근거가 있느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법리적 문제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성격에 대한 인식이다.

공영방송제도는 바로 국가통제와 자본으로부터 언론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대표적인 방송이 영국 BBC다. 영국 의회 의원들은 방송이 상대 정당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을 경계했다.

방송을 권력에 종속시키는 것 보다는 중립적 영역으로 놔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오늘날 이른바 BBC 저널리즘의 초석이 된 것이다. 이 제도를 본 따 일본 NHK가 그렇고 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방송이 다 그렇다.

공영방송의 공통점은 운영은 철저히 자율화하고 그 결과만 국회에서 감시하는 것이다.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공정한 언론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공영제 이상 가는 것이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하지만 우리 방송 현실은 어떠한가.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력이 마음대로 공영방송의 사장을 임면 한다면 그것은 국영방송이지 공영방송은 아니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 KBS 이사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해 대통령이 선임한다.

5명인 방송위위원 중 2명은 대통령, 1명은 대통령이 속한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다. 즉 방통위 과반수를 대통령이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야당은 이번 일을 ,언론장악 음모, 운운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자업자득인 면이 없지 않다. 국민의 정부·참여정부에서 관행처럼 해 온 일이다. 정치권력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에 관여 하지 못하도록 외국 공영방송 제도를 도입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방송 장악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 국민의 편에 서야한다. 그러려면 이번 기회에 외국 공영방송 제도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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