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지산농원 9천마리 사육… 도살처분 위기
해당 자치단체 거부의사… 갈곳 있어도 못가

"오계(일명 오골계)가 피난 갈 곳이 분명 있는데도 자치단체의 반발로 못가는 실정입니다"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7일 천연기념물 265호인 오계 9000여마리를 사육중인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지산농원의 이승숙(46·여)대표는 오계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i가 발발한 전북 김제와 익산을 경유하는 23번 국도가 연산에서 가까운 연무를 통과하고, 익산에서도 불과 30여km 밖에 떨어지지 않아 만약 ai 반경에 들 경우 사육중인 오계 전부를 도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충남 천안시 목천읍 송전리 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계 9만3170마리를 서둘러 살(殺) 처분하기로 결정했던 행정당국은 지산 농원에서 사육중인 오계도 살처분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오계를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기 위해 사방팔방 수소문 해보았으나 마땅한 피난처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대표가 오계의 피난처를 수소문하고 다니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문화재청으로부터 복권기금 등으로 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동두천과 무의도지역 농가에 오계 우리와 밥통 등이 구비된 항구적인 피난시설을 마련해놨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해당 자치단체들이 피난 농가 주민에게 "올해는 오계를 받아 주지 말라"고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피난처는 외딴섬이라서 10㎞ 반경 내 양계 농가도 없고, 동두천 농가 10㎞내는 아무 것도 없다"며 "오계가 ai에 걸려도 그 지역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문화재를 홀대해 육계와 교잡한 검은 닭과 천연기념물 '오계'를 똑같이 보고 살처분할 경우 종(種)이 사라지는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종(種) 복원이 어렵고, 완벽히 복원하기 위해서는 농림부예산의 10년치가 든다는데 행정당국의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논산=전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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