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주

중학교 2학년 국어책에 실렸던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의 줄거리가 지금도 선명하게 내 뇌리에 각인돼 있다. 마을에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이 출현한다는 것이다.소년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사람들은 그를 큰 바위 얼굴이라 여겼다. 심리적 최면효과의 지대함을 소설화 한 것이다.

이 때 나는 현실속에서 이미 어네스트적 발상을 체험했다. 나의 고향 도촌(陶村)에 세 분의 한학자가 살고 계셨다. 정창현·어흥락·이범하님이시다. 앞의 두 분은 글방선생님이시다. 뒤의 한 분은 조석으로 유학의 경전을 독경을 하셨다.

내가 세 분의 언행을 보고 느꼈던 공통점은 '살아 움직이는 인격체'로 느꼈다는 것이다. 그 분들의 언행은 온화하고 근엄하셨으며, 표정과 행동에 어긋남과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 때 나는 한문공부를 많이 하면 저렇게 훌륭한 인품과 학문을 겸비한 훌륭한 사람이 되나보다라고 느꼈다.

이것이 내가 평생토록 한문공부를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중의 하나이다. 외람된 말이지만 나는 지금 '구곡문화전문가'이며 충북 한문학연구계의 일인자격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위 소설이 보여주는 최면(催眠)이론은 이미 사서중의 하나인 ‘대학’에 보인다. ‘심성구지(心誠求之)·수부중(雖不中)·불원의(不遠矣)’‘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그것을 추구하면 적중하지는 못하더라도 멀게 되지는 않는다’라는 뜻이다. 인간의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갈파한 명언이니, 심리학에서도 선구적이다.

우리 선조들은 철학적 사유를 사물에 이입표상화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그리하여 '구곡'과 '팔경'에도 적용했다. 괴산군 칠성면 갈은구곡 제 2곡 갈천정(葛天亭)도 한 예이다. '갈천씨(葛天氏)의 백성이 노니는 정자'이다. 갈천씨는 중국 상고시대의 제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데 말하지 않아도 믿게 되고 교화하지 않아도 저절로 교화가 행해졌다. 이런 태평성대에 대한 염원을 구곡의 한 명칭으로 표상화했다.

괴산군 사리면 이곡리 월현의 '월현팔경(月峴八景)'이 있다. 정상 장자봉(長者峯)에 '장자(長者)바위'가 있다. 이 바위엔 '백 번 앉으면 백만장자 된다'는 전설이 있다. 장자바위는 장자봉에서 '매죽정'으로 내려가는 길목 왼쪽에 의자 모양의 바위로 세 사람이 앉을 수 있다.

앞에 탁자로 사용할 수 있는 타원통형의 바위도 있다. 장자가 친구들과 함께 앉아 마시면 오래 산다는 경장수(瓊漿水)를 마셨을 법하다. 이곳에서 보면 속세가 안개 속에 가물거린다.

이렇듯 인간의 심리가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2002년 월크컵 응원 구호인 "꿈은 이루어진다"가 재증명한다.

이렇듯 목표를 세우고 몰두하면 목표의 달성률이 높아지고, 달성을 못해도 근접은 가능하다.

지난 16일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큰 위협을 줄 모양이다. 위기가 호기다. 극복하겠다는 맘을 강하게 먹으면 극복의 묘안도 나오고 극복하는 기간도 단축될 것이다.

모두 심기일전하여 지금의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하자. 그리하여 '백만장자'도 되고, '갈천민'이 되어 절대다수의 절대행복이 보장되는 선진 민주복지국가를 조기에 구현할 수 있도록 총력을 경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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