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인순

어미가 품에 안은 알 속에서 조금씩 자란 병아리가 있다. 이제 세상 구경을 해야 하는데 알은 단단하기만 하다.

병아리는 나름대로 공략 부위를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이 부친다. 껍질을 깨는 아픔이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준다. 답답한 알 속에서 사투를 벌이던 병아리는 어미의 도움을 받아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줄’이라 하고 밖에서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탁’이라 한다.

그리고 이 일이 동시에 발생 되어야 어떤 일이 완성 된다는 것이 ‘줄탁동시’이다. 안팎의 두 힘이 함께 알 껍질에 적용 될 때라야비로소 병아리는 온전한 생명체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모든 생명은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의 삶이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줄탁동시’를 통해 알 수 있다.

지난해 내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내 스스로 달라진 게 없다는 자괴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내 전공 분야에 대해 자신 있게 아는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학위가 당장 진로에 무슨 영향력을 주는 것 같지도 않아서 답답한 마음이었다.

내가 어느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되는지 내 몸 둘 자리를 보느라 고심 했었다. 전공과 관련한 교육을 받으러 다니고 세미나에 참석을 하고 학회에 가입을 하고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보험 설계사로 시작해서 지점장까지 승진한 후 퇴직을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한터다. 17년 동안 익숙했던 일과의 결별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일을 시도한 내게 가족들까지 반신반의 하며 우려를 나타냈었다.

그러나 나는 간절히 원하고 그 소망에 몰두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었다. 계속 진로를 탐색하며 내안의 소리를 경청하고 내 욕구의 시그널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나를 도울 수 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버리지 않았다. 결국 나는 대학원 선배의 도움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강의 하는 게 내 꿈’이라는 얘기를 아마도 천 번은 한 것 같다. 그 천 번의 소망과 지속적인 도전이 누군가를 어미닭이 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탄생의 꿈이 ‘줄탁동시’로 이루어지듯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도 소통과 상생으로 해결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삼성경제 연구소의 경영자 대상 사이트에서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을 CEO 들에게 사자성어로 물은 결과 가장 많은 사람이 화합과 상생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줄탁동시’를 선택했다. 경영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기보다 구성원 간 결속력을 높이고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방안을 가장 효과적인 불황 대처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이라는 알 껍질을 노·사가 함께 깨나가는 것이다.

소통은 성공을 위한 공감지능이다. 내부 결속을 위한 소통의 방식으로 노·사가 줄탁 하고, 인생의 비전을 깨우기 위해 사·제가 줄탁 해야한다고 생각한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안도현 시인의 시처럼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고 싶다는 소망을 한다.

생애설계와 진로지도를 강의하는 강사로서 나는 그들의 어떤 소리를 경청하고 쪼아주어 그들의 인생 네비게이션을 바르게 달아주어야 할지 고민한다. 내 꿈에 도달하도록 나를 이끌어준 선배처럼 나 또한 누군가의 갇힌 꿈을 열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알 속의 병아리이면서 동시에 어미닭인 모습으로 내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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