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 칼럼>서울본부 취재국장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말은 은(銀)이요, 침묵은 금(金)이다"라는 격언처럼 정제되지 않은 말은 차라리 침묵하는 것보다 못하다. 인간이 가진 가장 뛰어난 지혜를 침묵이라고 말한 핀다로스 역시 사려 못한 수다스러움을 경계했다. 사실 말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그 생각은 말에 묻혀 질식해 버린다. 비록 말이 인간의 의사를 표시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처럼 그것은 곧 ,행위,와도 같기 때문에, 입 밖에 나간 말은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뛰어난 말을 하기 위해 연설문을 쓰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다.

민권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말의 달인이다. 그는 현란한 말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거침없이 쏟아놓은 그의 다변(多辯)은 국가 지도자로서 그의 위엄과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켜 버렸다.

오죽 했으면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한 측근들마저 "노 대통령은 말로 인해 손해를 본 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너무 닮은 점이 많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사려 깊지 못한 말투, 별 것 아닌 일로 시민들을 놀라게 하는 돌출발언, 직설적이고 거친 거리언어의 구사 등을 들 수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 같다.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전 국민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의 의중과 평소 생각이 말로 나타나고, 그것이 곧 국가의 정책으로 실현 된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언행이 신중하고 절제돼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불탄 숭례문을 국민 성금을 모아 다시 짓자는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느닷없이 날아든 성금 이야기가 심난한 국민의 심사를 한 번 더 뒤집어 놓고 말았다.

새 정부의 장. 차관을 모아 놓은 자리에서는 이란. 이라크 전쟁 때 "군복이 필요하니까 양 쪽에 다 팔아 먹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최고 지도자가 전쟁상인이었다는 고백을 불편해 하는 시민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살필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편견과 비인간적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가슴에 비스를 꽂는 말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금융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교수 출신 정광우 위원장에게 "공무원들에게 절대 물들지 마시오"말라고 주문했다. 안 좋은 관행과 습관을 가지고 있는 무리에게 휩쓸리지 말라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의 tf팀 신설을 비판 할 때도 에둘러 애기하지 않았다. "떨어져 나간 사람으로 무슨 팀을 만드느냐"고 질책했다. 그런 식으로 tf팀을 만들어 유휴 인력을 모아놓고 나중에 또 민간 기업에 전화를 걸어 ,이 사람 좀 써 달라,고 부탁하고...제발 그런 나쁜 일 좀 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일본 방문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이 대통령은 "질 좋은 고기를 도시민에 값싸게 구입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해 가득이나 불만이 많은 축산인들의 반발을 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원래 연설을 잘하지 못했다. 아랫배보다 목청을 많이 써 목이 빨리 쉬었다. 그래서 그는 연설을 짧게 하는 대신 질문하는 시간을 많이 주어 단점을 해 결했다. 고용한 연설 작가를 통해 기억하기 쉽고 짧은 연설 문장을 배워 연설문에 쓰인 그대로 읽어 나갔다. "사람들은 원래 대통령 비난하기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비난을 피하려면 말부터줄이는 게 상책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그렇게 대중과 거리를 좁혀 나갔다. 이 대통령의 가벼운 언급이 거듭되면서 대통령과 민심 간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품위 있는 말도 대통령의 조건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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