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상주ㆍ극동대 외래교수 문학박사

▲ 이상주ㆍ극동대 외래교수 문학박사
문화란 말은 현재 다방면에 두루 쓰이는 상투어이자, 제분야에 통용되는 일상어가 됐다.
문화란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 현상의 총체이다.

문화관광부에서는 매달 '이달의 문화인물'을 선정해서, 그 문화적 업적을 찬양하고 계승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지금 한류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 했다. 금세기를 상징하는 세기적 특징을 함축한 말이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산수에 대한 관점을, '관념산수'와 '진경산수'로 양별하여 비평했다. 전자의 대표적 작품은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이다. 후자의 대표적 작가는 정선(鄭敾)이다.

그런데 문화산수란 무엇인가. 문화산수란 자연산수에 사람이 문화적 요소를 가미한 산수를 말한다. 즉 자연산수에 철학적 사유를 표상화하거나, 서예미를 감상할 수 있는 격조 높은 글씨를 새겨놓은 산수를 말한다.

동양의 2대 산수문화는 팔경(八景)과 구곡(九曲)이다. 이중 문화산수의 정수는 단연 구곡이다. 한국 제일의 문화산수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자리잡고 있는 '화양구곡'이다.

문화산수의 수준을 평가하는 요목으로 ①산수의 조화미. ②석질과 석색의 우수성. ③문화유산의 다양성. ④인물의 역사적 영향성. ⑤원활한 교통여건을 들 수 있다.

화양구곡은 5대 요건을 잘 갖추고 있다. 화양구곡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계곡의 물은 파란 옥물을 풀어놓은 듯하다. 또한 수려한 산수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사람의 심신을 편안히 해준다. 한국의 구곡중 최다의 구곡시가 남아있다.

바위에 새긴 글씨들은 문화인들의 풍류이자 자연산수와 문화예술혼의 조화미의 극치다. 우암과 그 문하생들은 조선 정국의 주도적 역할하고 상당기간 화양서원 원장을 맡았다.

그를 숭상하고 학통을 계승한 기호사림들은 존화양이(尊華攘夷)·배청숭명(排淸崇明)의 사상을 견지하고 만동묘와 화양서원을 참배했다.

조선 말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의 무력침탈을 극복하기 위해 구국의지를 견강히 하는 교육의 장이었다. 이렇듯 화양구곡은 기호사림들에게는 성지였다.

화양동은 남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2004년 3월 30일 화요일 경부고속전철의 개통으로 말미암아 더욱 시간이 단축되었다.

우리는 생활이 윤택해지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다양한 여가문화를 즐긴다. 산수유람과 등산은 그중의 하나이다.

이는 우선 건강에 더할 나위없이 좋다. 심신을 단련하면서 문화산수에 가서 문화산수의 존재를 알고 그 진미를 음미하면 금상첨화다.

문화의 세기에 문화와 문화산수미에도 관심을 갖고 그것을 향유한다면 일거다득이다. 개개인의 문화적 수준이 향상될 때 국민 전체의 문화수준이 향상되는 것이다.

화양구곡에 가면 문화적으로 아주 특별한 것이 많다. 그곳에 가면 문화산수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으며, 문화산수의 정채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문화의 세기에 문화적 식견(識見)을 향상할 수 있다. 시대조류는 경제 중산층시대에서 문화 중류층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만큼 문화적 즐거움을 향유하면 문화특별도와 문화강국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당겨진다.

미래의 산수관광의 양상은 '문화산수' 관광시대로 진화할 것이다. 이미 우리 앞에 가까이 와 있다. '구곡문화관광특구(九曲文化觀光特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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