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과거사위 "조직 규악 등 물증 없고 가혹행위 의한 것"

▲8일 경찰청에서 열린 청주대 자주대오 사건 진상규명 중간 조사 발표에서 이국재 (변호사)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이 사건수사 내용 일부에 의혹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1991년 경찰이 발표한 청주대 자주대오 사건 수사 내용에 일부 의혹이 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청 과거사위는 이날 중간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자주대오라는 조직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인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던 명칭ㆍ강령ㆍ규약 등은 신빙성이 없고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당시 명칭, 강령, 규약은 피의자 송모(당시 23세)씨가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의지시에 따라 자필로 작성한 것 이외에는 실제 문건 등 물증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송씨는 "당시 기무사 수사관으로부터 구타와 협박을 당하고 10여일간 거의 잠을자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관이 불러 주는 대로 받아 적고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이종수 경찰청 과거사위원장은 "신빙성이 약한 증거를 채택해 그 내용 중 일부를 범죄 사실로 인정한 점은 의혹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청 과거사위는 또 1991년 6월 사건 발표 당시 사진까지 공개했던 디스켓과 암호해독문이 수사기록, 공소장, 판결문 등에서 증거자료로 다뤄진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경찰은 발표 당시 일반적으로 간첩들이나 사용하는 암호해독문, 지하비밀조직 등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일반 국민에게 과장된 인상을 심었고 관련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은 관련자들은 "수사관들이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구타ㆍ가혹행위를 했다"고 말했으나 당시 기무사 수사관들은 이를 부인했다.
위원회는 당시 상황으로 볼 때 기무사 수사관과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파견된 수사관 등이 일부 관련자에 대해 욕설이나 구타 등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위원회는 기무사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했던 충북도경의 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가혹행위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기무사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필요하다면 국방부 과거사위가 조사할 권한이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 기자회견 직후 청주대 자주대오 사건 관련자 정모씨는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의혹에 대한 위원회의 중간발표를 환영하지만 조사에 미진한 점이 많다"며"향후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며 이와 별개로 다른 국가기관에도 재조사를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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