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세 외교' 비판 봇물… 한나라 의원 가세 '눈길'

29일 열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와 통일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미·대일 외교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애초 이날 상임위에서는 쇠고기 및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청문회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간 첨예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야가 쇠고기 청문회 개최에 전격 합의하면서 공방보다는 대북 및 대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쇠고기 시장 개방 등 이 대통령의 미국, 일본 순방 결과에 대해 '공조외교' '저자세외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고 여당인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이에 가세해 눈길을 끌었다.

29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권오을 위원장이 오는 5월 7일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조치를 검증하기 위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청문회 개최안을 상정 통과시키고 있다.

통외통위 소속 통합민주당 장영달 의원은 "우리나라 농축산업자가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것인 지 대책을 제시한 뒤 협상을 해야 했는데 힘없는 서민에게 한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덜커덕 합의해 줬다"며 "쇠고기 협상은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화영 의원도 "한미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합의해줬다"며 "적어도 축산농가 대책이나 청와대 초청 설명을 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모두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통외통위 위원장인 김원웅 의원은 "국제수역기구(oie)는 사실상 미국의 정책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기구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 기준에 따르는 게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미국과의 별도 협상이 왜 필요한가. 국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농해수위 소속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협상전에 미리 농민들에게 예고해 축산업 발전대책을 내놓고 정부를 믿어달라고 해야 순서가 맞는 게 아니냐"며 "일을 저질러 놓고 축산업 발전대책을 내놓으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쇠고기 수입에 따른 정부 대책과 관련해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농민의 시름을 달랠 수 있느냐. 대충 달래고 연말까지 가자는 식은 안된다"며 "같은 여당이지만 이런식으로 하면 한심하게 생각한다. 협조 못한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얘기하고 재협상할 것은 하겠다고 하라"고 몰아세웠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은 "파리에서 열린 oie 총회에서 미국이 사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권고사항이어서 지키지 않는데 왜 우린 oie 기준에 따라 수입한다고 하느냐"며 "농림수산식품부가 미국의 꼭두각시 집단인지, 검역조건을 지키려는 집단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이해봉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한미 fta가 연내에 처리될지는 회의적"이라며 "쇠고기는 양보했고 연내에 미 의회가 비준을 못한다면 결국 우리는 fta도 못하고 쇠고기만 내준 '닭쫓던 개' 신세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김광원 의원은 "오늘 외교부 보고서를 보니 '명박어천가' 같다.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남북연락사무소를 만들어 대화창구나 하자 이러면 북한이 그 시시한 것을 왜 받겠느냐"며 "'노'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의만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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