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사태가 있었다. 이를 두고 한·중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티베트 폭력시위는 의도 자체가 폭력과 파괴이지만 이번 사건은 중국인들이 성화를 환영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격한 행동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과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한국 정부에 대해 "사건에 연루된 중국인들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의 관영 tv는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시위 사태 직후 "한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가 원만하게 치러져 양국 우호관계 발전에 커다란 이정표를 세웠다"고 사실과 다른 보도를 내보냈다. 유학생들과 반(反)중국 시위대의 충돌 장면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측의 이 같은 태도는 자국의 스포츠 행사를 위해 한국 경찰이 나름대로 신경 써서 '특급 경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 안방인 수도 서울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데 대한 한국민의 감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얼마나 얕잡아 보았으면 저런 언사를 하느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특히 장 대변인의 브리핑은 한승수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외국인의 집단 폭력 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게 좋겠다"며 "이번 일로 국민의 자존심이 상당히 손실된 측면이 있는 만큼 법적 외교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에 주목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가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상대국에 대한 배려 조차도 주저하는 중국 정부에 대해서는 실망과 우려를 감출 수 없다. 만약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한국 시위대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중국 정부는 어떤 조치를 내렸을지 궁금하다.

우리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말로만의 엄정 처리로 끝나서는 안된다. 할 말은 하고 사과를 받아낼 것은 분명히 받아내야 한다. 마침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문제 협의를 위해 외교 당국자가 중국을 방문한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의 분명한 메시지를 중국측에 전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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