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秋' 엇갈린 행보 관심

통합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놓고 정세균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간 양강구도가 가시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 주자의 대조적인 입지와 엇갈린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 정 의원은 여의도 내부의 세력 우위를 발판으로 조용한 세몰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추 전 의원은 당의 변화 요구라는 명분을 무기로 여의도 밖에서 표밭을 갈고 있다.

4선 고지에 오른 전북 출신 정 의원은 최근 각 계파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혀가며 당내 세 규합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미 일부 386그룹을 중심으로 전략 회의를 가동해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옛 열린우리당 출신 중진과 일부 386 등 당내 다수파 그룹을 등에 업고 조직 불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중립 성향으로 당내 각 계파와 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당내 화합적 결합을 이뤄낼 통합적 리더십의 적임자임을 부각시키면서 조직적 우위를 십분 활용, 당내 대세론을 확산시키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세력 우위를 굳히기 위해 전대의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손학규계를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4년의 공백 끝에 재기에 성공, 3선에 오른 추 전 의원은 7일 고향인 대구를 시작으로 내주 부산, 광주 등을 잇따라 방문, 대학 특강과 지지층 만남을 이어가는 등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사실상 당권 행보에 시동으로 해석된다.

추 전 의원측은 '야당다운 야당'을 기치로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외곽으로부터 '추풍'(秋風)을 확산시킴으로써 당내 조직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29, 30일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호도 조사(95% 신뢰수준에 ±3.7%p)에서 추 전 의원은 23.0%의 지지율로 천정배(10.2%), 정세균(7.3%) 의원을 앞섰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에서는 39.8%의 지지율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추 전 의원이 초반 전통 지지층 사이에선 대세를 업었음을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포용력이 다소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일부 지적 등은 극복 과제로 꼽힌다.

두 주자의 엇갈리는 입지와 장단점은 곧바로 전대 대의원 선출과 지역위원장 임명 방식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샅바싸움과도 직결된다.

'丁-秋' 2파전으로 굳어질 경우 결국 전대가 열린우리당계와 구 민주계간의 세력싸움 양상으로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계는 벌써부터 정 의원을 중심으로 뭉치는 듯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구 민주계의 경우 아직 일사불란한 단일대오를 형성하진 않았지만 '주도세력 교체론'을 통해 추 전 의원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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