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별유도, 승자결승서 유효패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7.한국마사회)가 고개를 숙였다.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7회 전국남녀체급별 유도선수권대회 남자 73㎏급에서 3위를 한 이원희는 선발 점수가 56점에 그쳐 78점이 된 왕기춘(20.용인대)에 올림픽 대표 자리를 내줬다.

지난 해 5월 독일에서 발목 수술을 받으며 박아뒀던 나사를 제거하는 수술을 대회를 불과 2주 정도 남기고 받은 이원희는 사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수술을 이번 대회 이후로 미룰 참이었던 이원희는 나사로 인한 통증이 심해져 대회 직전에 수술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발목 통증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가 됐다.

첫 판부터 힘겨웠다. 구환(23.하이원)과 만난 이원희는 효과 1개로 겨우 이겼지만 경기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는 발목 통증으로 한동안 경기를 진행하지 못해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2회전에서 김원중(19.용인대)을 한판으로 꺾으며 기운을 차리는 듯 했지만 왕기춘과 승자 결승에서 애매한 판정이 겹치며 땅을 쳤다.

경기 시작 18초만에 회심의 업어치기 기술을 들어갔지만 점수가 인정되지 않았다. 부심 한 명은 유효를 주자는 의견을 냈지만 다른 두 심판들이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이것만 인정됐더라도 최종 결승에 선착해 극적인 뒤집기에 도전할 수 있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득점없이 연장까지 가서 패한 이원희는 패자 결승에서 지도 2개를 받으며 결국 베이징 행 꿈을 날리게 됐다.

설령 패자 결승을 이겼더라도 패자전을 거친 핸디캡으로 인해 최종 결승에서 왕기춘을 두 번 연달아 이겼어야 했던 만큼 승자 결승 패배가 치명타가 됐다.

이원희는 실망이 큰 듯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를 사양했고 시상식 후에도 몰려든 기자들을 향해 "할 말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자리를 피했다.

한 유도 관계자는 "벌써 연장에 들어가면 체력 저하가 눈에 띈다"고 말했지만 이원희 아버지 이상태 씨는 "평소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유도 사상 최초로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이원희가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지 유도팬들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제47회 전국체급별 남녀 유도선수권 대회 남자 -73㎏ 승자 결승에서 왕기춘(파란도복, 용인대)이 이원희(한국마사회)에게 업어치기 기술을 걸고 있다. 왕기춘이 연장 승부 끝에 우세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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