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재훈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

80년대까지의 도시계획 패러다임은 기능과 능률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끊임없는 정주환경의 확장과 도시의 팽창을 야기하게 됐고 90년대 들어 자기반성의 일환으로 급속한 발전과 개발에 대해 관리방향과 공간질서를 찾으려는 노력으로 도시성장 관리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됐다.

이는 무작정 도시를 확장하기보다는 주위환경이나 기존 도시공간 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 순차적이고 장기적인 도시발전방향을 그리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개념은 미국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등 일부 도시를 포함한 선진국에서 성공적으로 새로운 도시모습을 재창조하고 쾌적한 도시환경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국내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데 일조했다.

여기에 근래에 들어 정해진 도시영역안에서 가능하면 인간중심적이고 인간이 자연과 함께 영유하면서 정주공간을 시각적으로 보기좋게 만들어 나가려는 방향으로 계획과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친환경성 혹은 생태성, 보행중심성, 경관성으로 함축된다.

이중에서 가장 먼저 자연적 환경을 인간활동 영역에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구성원인 인간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환경적 요소를 즐길 수 있는 보행권 중심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도시 내 공동화와 주어진 공간영역에서 시설을 재활용하고 기능을 재생하는 노력이 파생하게 된다.

그리고 자연성과 보행성을 바탕으로 인간이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새롭게 추구하게 된다.

이것이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도시경관이며 협의의 공공디자인 개념인 것이다.

도시경관은 도시에서 단일 시설물과 공간으로부터 시작하여 이를 가로나 수로 그리고 지역이나 권역으로 확장시키면서 시각적 통일성과 특이성을 부여하는 일련의 작업과 노력이며 여기에 지자체와 같은 공공의 지원 속에 주민이 함께 일구어 지역구성원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을 디자인이라는 환경속으로 이끌어 나가는 노력과 이로 인한 시설물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교통시설, 편의시설, 조명시설, 건축물, 조형물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단순히 제작하고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함께 공공공간을 조성하고 낮과 밤을 활용하여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까지 포괄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공공디자인은 도시이미지개선은 물론 도시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미국 뉴욕시의 사과를 이용한 도시이미지 구축, 일본 동경 아사쿠사 상가의 통합 옥외광고물 디자인,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가로등과 역사보전, 중국 남령시의 다리를 활용한 폭포수와 수변공간 개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박물관을 통한 도시마케팅 전략수립에 이르기까지 도시경관의 틀 속에서 구체적인 디자인 시설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몇 년전부터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서울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수도 서울의 경우 상대적으로 잘 갖추어진 경관인프라 시설과 함께 풍부한 예산을 전문인력을 통해 추진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크지만 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디자인 불모지에서 시작하고 있어 아직까지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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