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새로 들어선 정부는 정말 실용주의 정부답다. 적극적으로 기업 편에 서서 각종 애로를 뚫어주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면 공단 내 전봇대도 순식간에 뽑아낸다.

이와 같은 규제철폐는 기업인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진보 정권에 의해 자부심을 잃어버린 기업인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인들이 열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하여 국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은 국민의 열망과도 상통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 정부의 일방적 친 기업 정서가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저임금 근로자들이 더 큰 소외감을 느끼는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민주노총이 강력투쟁을 결의하고 있으며, 공무원노조 역시 정부의 연금제도 개선에 대하여 강력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 대형 노조들이 그들의 의지를 실행에 옮긴다면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 이후 또 한 차례 사회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때문에 일방적 친 기업관보다는 균형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즉, 효과적인 경제정책의 방향은 기업은 물론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도 친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극심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기업들의 자기혁신과 경영혁신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으며, 따라서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적자원을 통한 비교우위야말로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종업원과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을 의사결정과정에 폭넓게 참여시키며, 작업과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때 기업의 생산성은 향상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근로자들의 열정과 주인의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참가는 갈수록 기업과 노동조합으로부터 중요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요한 이유는 첫째, 혁신이 없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둘째, 생산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생산과정에서 종업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창의성이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셋째, 고등교육의 확대와 생활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경영참가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는 일찍부터 근로자들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생산성을 위해 바람직한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 경영자들이 많은 월급을 지급하고, 좋은 근무조건과 후생복지를 제공해 주어도 종업원들이 최선을 다하여 일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욕구의 변화를 간과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하여 열심히 일했다.

체면이나 자존심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진화하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욕구의 강도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 대신 즐기고 싶다든지,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싶다는 욕구는 더욱 강화되었다. 많은 근로자들이 이제는 돈만을 위하여 일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변화를 외면한 채 관리자들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자의적으로나 권위주의적으로 인력관리를 하려든다면, 그것은 바로 생산성 향상을 원하지 않는 것과 같다. 구성원들이 요구하기 전에 조직이 먼저 그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킬 때 성과를 높이기 위한 근로자들의 큰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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