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대식 한국해양구조단 사무총장

충남 보령시 죽도에서 변형된 파도에 의해 일순간 37명이 바닷물 속으로 휩쓸리는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현장에 도착해 3일간의 수색구조 활동을 펼치며 많은 언론사 기자들과 유관기관의 공무원들을 만나고 사고의 원인, 그리고 사고수습 및 사후대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질문에 답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일반적 시각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사가 진, 또 조석간만의 차이로 물에 잠기고 드러나는 선착장 구조물에 난간을 세웠어야 했다. 또한 난간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리고 그로 인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질문하고 또 그렇게 보도했다.

조금 더 나아가 위험한 곳에는 위험 경고판을 세우고 구명환 등의 구조장비를 비치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당연하고 필요한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선박이 접안하는 어업활동을 위한 목적성이 분명한 시설에 난간을 세울 현장 사정도 아닐 뿐더러 난간을 세운다고 파도에 의한 인명피해를 막거나 줄일 수는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전국의 모든 위험 예상지역마다 난간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성이라는 문제와 국가 예산의 한계라는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많은 노력과 홍보기간을 거친 후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 하고 법제화 했다.

오토바이 또한 안전장구인 헬멧 착용을 의무화 하였다.

하지만 해상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현행 수상레저안전법이 제정되어 선박 또는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이용하는 일부에 대하여는 구명동의 착용을 의무화 하였지만 이번 사고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이 상존하는 곳에서의 구명동의 착용이나 안전장구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죽도사고의 이상파랑과 같은 현상은 예측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식 밖의 형태로 나타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

과거에 안전하였던 곳도 보령 사고에서 보듯이 언제 어느 때 변형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현장과 피해원인을 분석하며 귀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이 구명동의만 착용하였더라면 충격 또는 충돌에 의해 부상의 발생요인은 있었겠으나 목숨을 잃는 일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단언을 내리고 싶다.

변형되어 들이닥친 한 번의 이상파랑 외에는 바람과 파도, 수온도 요구조자들이 구명동의만 착용하였다면 얼마든지 수 시간은 버티어 낼 수 있는 해상기황과 현장 사정이었다.

또 구명동의를 착용하여 바다에 떠 있기만 했다면 전문 구조원이 아니더라도 주변의 관광객 등 일반인의 구조가 가능했을 것이다.

가까운 길을 두고 험하고 어렵고 먼 길을 돌아가려고 하지만 말고 하루 빨리 연안에서 낚시나 수산물 채집, 갯벌체험 등 모든 연안을 출입하는 국민들이 구명동의 착용을 의무화 할 것을 제도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를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