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추행 사건에 이어 또 강릉에서 같은 유형의 사건이 보도돼 전 국민을 연이어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대구의 경우 초등학생 가해자와 피해자가 100명이 넘고, 집단적 성폭력이 2년이 넘게 장기간 계속 됐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느낌'을 갖게 했었는데 강릉에서도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 7명이 같은 반의 한 여학생을 화장실로 불러내 옷 속에 손을 넣는 등 수차례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하는 것은 이들 두 사건의 경우 학교와 관할 교육청이 알고도 쉬쉬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다.

대구 사건의 경우 학교 측은 교사들의 진상조사 및 상담치료 건의를 묵살했고, 시 교육청 역시 사실을 보고 받고도 다섯 달 동안 경찰에 신고는커녕 자체 실태 조사조차도 하지 않았다.

강릉 사건에서도 강원도교육청은 피해 학생 부모로부터 신고를 받고도 "지역 교육청과 학교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답변에만 그쳤다고 한다.

성추행의 경우 피해자에게 극도의 충격과 타인 공포증, 인생의 각종 가치에 대한 실망 등을 주어 '인격살인'을 하는 것으로 그 심각성은 필설로 표현하기 불가능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학교나 교육청의 당국자들은 그들 자신 역시 자녀들을 양육하고 있는 어른들이며, 더욱이 어린 학생들을 훈육시키는 교육자임에도 그런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어린 학생들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가정에서 도덕교육을 시키고, 학교에서 성폭력 대처요령을 가르치고, 사회에서는 음란물 노출에 신중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나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관계당국에서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여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제2의 피해를 예방하고 일벌백계의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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