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 정부가 북한에 지원할 식량 50만t은 쌀, 밀, 야채, 옥수수, 콩 등으로 구성됐다.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이나 의료 지원이 순수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북핵 문제 진전과는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협의를 갖는 등 대북 식량 지원 방법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발표가 임박한 미국에 비하면 한참 더디다. 이러다가 북핵 해결과 대북 지원과정에서 소외되고 주도권도 잃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된다.

북한이 미측에 핵과 관련된 핵심 자료를 제공하고, 미국이 '완전한 자료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리는 등 북미 협상이 급진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식량 지원에까지 나섬으로써 적어도 대북 관계에서는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먼저 요청해야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외교통상부는 wfp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량 지원을 인도적 문제로 접근한다면 북측 요청이 없어도 급한 대로 남한이 몇 만t의 쌀이라도 제공할 수 있다. 이게 여의치 않다면 미국처럼국제기구나 민간단체를 통할 수도 있다.

최소량으로 잡아도 북한은 올해 120만∼13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 미국의 50만t과 중국의 15만t으로는 식량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약 70만t의 쌀 재고를 갖고 있는 남한이 직접 대규모로 식량을 지원하는 게 신속성이나 질(質)적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현 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남한이 조건 없이, 그리고 부담 없이 지원하도록 북한이 요청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요청은 굴욕이 아니라 굶주림에 허덕이는 주민을 살리는 최선의 길이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북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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