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강일ㆍ제2사회부장

▲강일ㆍ제2사회부장
문턱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일반인이 자치단체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자치단체장이 물론 바쁜 탓도 있다. 또 그 많은 민원인을 모두 만나서 그들의 민원을 모두 들어 줄 수는 없다.

절차가 있어야 하고, 그 민원의 진실성과 수용여부등도 사전에 검증되어야 한다.

자치단체장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의 실·과도 마찬가지다. 담당 공무원이야 "우리가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쉽게 말할 수 있으나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상전을 모시듯 어렵게 접근해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공무원의 실·과장이나 아니면 그 아래 담당, 일반 하위직을 안다는 것이 소위 '큰 빽'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더구나 행정기관의 내부 살림을 안다는 것은 것도 매우 힘든 일이었다. 요즘엔 인터넷 등을 통해 예산내역서가 공개되기도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예산을 적시한 책자를 하나 얻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다. 특히 관청의 공사 등에 관계하는 업자들은 관청의 공사예산내역을 알기 위해 혈안이 되기도 했다.

행정기관의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단체들이 또 있었다.

시민운동이 활성화됨에 따라 행정기관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임하는 시민단체들은 행정기관에 접근하길 원했다.

행정기관은 당연히 그들을 기피했다. 자신들의 속 살림이 시민단체들을 통해 공개되는 것을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행정기관에 접근이 어렵게 되자 추진된 것이 '행정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다.

이렇게 시작된 행정정보공개는 1996년 행정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에 일반 시민이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의 의무를 부과하고 일반 시민에게 정보공개를 청구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즉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시민의 청구가 있을 경우 행정기관이 정보를 열람케 하거나 그 사본 또는 복제물을 보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정보공개의 대상을 국가기관, 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공공기관 등 대상을 포괄적으로 하고 있다.

행정정보공개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행정기관의 접근이 용이했던 부류가 언론이었다. 좋든 싫든 행정기관은 '시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는 언론에 쉽게 정보를 제공했다.

아직 의회에서 심의되지 않은 예산내역서가 언론에는 제공됐다. 취재를 하기 위해선 해당 실·과에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자들이 기자들이었다. 이런 면에선 일반인이 언론을 부러워(?) 할 수도 있다.

행정정보공개가 일반인에게 과거에 확보하지 못했던 행정기관의 정보를 갖게 했다. 정보의 공유와 행정의 투명성을 위해 참 좋은 제도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행정정보 공개법이 언론에 악용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행정기관이든 공공기관이든 최근에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 공개를 거부하기도 한다. 대신 "행정정보공개를 통해 자료를 요청해 줄 것"을 당부한다. 행정정보 공개 요구를 거꾸로 행정기관에서 부르짖는 진풍경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을 벌어보자는 심사다. 행정정보공개를 요구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 시간동안 "어떻게든 반전시켜 보자"는 의도다.

속 터지는 것은 기자다. 시간을 생명으로 하는 기사 마감시간을 맞춰야 하는 시점에서 행정정보공개 요구를 하라고 하니 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다.

또 하루살이처럼 매일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가 행정정보공개를 요구해 몇 일후에나 기사를 써야 할 것을 감안하면 공공기관에 '방심하다 허리를 찔린 꼴'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하기 싫어했던 '행정정보공개' 법이 때론 그들의 적절한 무기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사실이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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