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곳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집회가 또 열렸다. 1만명 이상이 모인 곳도 있었고, 100∼200명에 불과한 곳도 있었다.

행사 주최 측이나 경찰은 숫자에 신경을 쓸지 모르겠으나 정작 참가자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못 된다.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제냐 집회냐를 구분하는 것도 부질없다. 나이가 많든 적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행사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당국자들과 위정자들은 사법 처리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왜 이렇게 촛불집회에 참가하는지 곰곰 생각해 봐야 한다.

촛불집회는 모두 물리적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혹시나 광우병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너도나도 참여했으므로 당연하다. 정부와 전문가들의 설명으로 광우병 우려가 과장됐음을 알게 됐지만, 적어도 30개월 이상 소의 특정위험물질(srm)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절박함이 이심전심으로 통한 것이다.

정치권과 교육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일부 좌파 세력이 끼어들었을 수도 있고, 정부를 성토하는 정치적 발언과 구호가 없지도 않았다.

그러나 집회 현장에 한번이라도 가 봤다면 일부를 갖고 전체를 매도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도 순수한 집회를 정치색으로 오염시키면되레 외면당하고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를 아예 수입하지 말자고 외치는 게 아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수입 장벽을 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 조치만이라도 확실하게 취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가 최선을 다해 미흡한 검역조치를 보완한다면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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