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17대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가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17대 국회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임기중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손 대표는 "쇠고기협상의 잘못된 점을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손 대표가 선뜻 17대 마지막 국회 회기중 한미 fta 비준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민주당은 대선과 총선 참패 이후 세력 재결집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인사 파문에 이어 터져나온 광우병 파동은 그들로서는 더 없는 '호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손 대표가 한미 fta 비준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쉽게 호재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당내 분위기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손 대표는 당내 터줏대감들에게 '한나라당 출신' 이라는 낙인까지 찍여 있는 상황이고, 곧 당 대표직도 내놓아야 할 처지다.

이 마당에 손 대표가 쉽사리 이 대통령의 요구에 맞장구를 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전날 박재완 정무수석의 회동 요청을 수락했는지 궁금하다.

청와대 역시 모처럼 시도한 야당과의 소통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7대 국회 임기내 한미 fta 비준을 놓고 평행선만 오간 채 '합의 무산'이라는 발표만 낳았다.

도대체 정무라인은 왜 있는 것인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이 엄중한 시기에 만남을가졌다면 뭔가 국민에게 내놓을 선물 하나쯤은 준비했어야 했다.

비준안 처리를 위해 할 말큼 다 했다는 말을 듣기 위한 것이었다면 몰라도. 결국 청와대든 민주당이든 정치를 '쇼'쯤으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질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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