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순 칼럼>서울본부 취재국장

우수(渭水)가 에서 세월을 났으며 때를 기다리던 70 넘은 노인 강태공(姜太公)을 등용한 문왕(文王)이 강태공에게 물었다. "군주가 모든 것을 밝게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강태공이 대답했다. "눈은 밝게 노는 것이 중요하고, 귀는 밝게 듣는 것이 중요하며, 마음은 지혜로운 것이 중요합니다. 천하 만백성의 눈으로 사물을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없고, 천하 만백성의 귀로 들으면 들리지 않는 것이 없고, 천하 만백성의 지혜로 생각하면 알지 못할 것이 없는 법입니다. 천하 만백성의 눈과 귀와 지혜를 하나로 모아서 군주에게 전해진다면 결코 군주의 밝음이 가려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문왕의 부친인 태공이 오래도록 기다린 사람이라 해서 태공망(太公望)으로도 불린 강태공은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을 멸하고 주(周))을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2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쇠고기 협상 관련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사과할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대통령 사과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성난 민심에 굴복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이 다소 부족했다고 수차례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국민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실 소통이 부족했다는 이면에는 쇠고기 협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홍보 부족으로 사태가 악화된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사실상 정부는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국민세금을 마구 써가면서 미국산 쇠고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식으로 홍보에 적극 나섰다. 오히려 울고 싶은 사람에게 뺨을 내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소통 부족 애기를 하면서 협상과정의 미숙함, 협상 내용등 정책상의 잘못에 대해서 전혀 사과를 하지 않았다.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 등을 소홀히 했는데도 말이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일성은 "국민을 머슴처럼 섬기겠다"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는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대량 공급하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믿었다.

하지만 안전장치도 없이 미국산 쇠고기를 무조건 수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인은 없는 법이다. 주인이 혼쭐을 내자 전 정권에서 결정한 것을 뒤치다꺼리 하는 것이라고 책임 회피까지 했다. 집권 초반 이 대통령의 위기는 복합적인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핵심은 신뢰의 위기다. 설익은 인수의 정책 남발과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 등으로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아가 여당의 고위 인사들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측근들로 조차도 그의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한다. 총선 공천이 끝난 뒤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대통령에 속았다"고 공개적으로 배신감을 토로한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청계천 촛불시위는 바로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폭발이다.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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