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의한 닭·오리 농가의 피해가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ai가 지난달 1일 시작되면서 가금류 수요가 급감하고 당국의 재래시장 내 판매금지, 이동금지 조치 등으로 농가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농민들은 인체감염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 때문에 가해자나 된 듯 죄스런 마음에 숨죽여 지냈다.

하지만 이제는 닭고기 판매량이 ai발생 전에 비해 20% 수준으로 떨어져 다 키운 닭과 오리를 출하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닭과 오리에게 사료는 여전히 먹여야 하는데 사료값은 지난해 1㎏에 250원에서 올해 450원까지 대폭 올랐다. 사료공급업체들은 외상 공급마저 끊었다. 사료를 구하지 못해 충북에서는 토종닭이 매일 1500마리씩 굶어 죽는 농가가 있는가 하면 사료량을 줄이는 농가도 늘고있단다.

자식같이 애지중지 길러 온, 말못하는 짐승들을 굶겨 죽이는 농민의 안타까운 마음은 췌언이 필요치 않다. 그런데 이런 가금류 농가의 피해는 역설적으로 ai가 발생하지 않은 충북지역에서 더욱 심하다고 한다.

ai가 발생하지 않아서 닭과 오리를 살처분 대상이 아니어서 보상금 한 푼 받지 못하고 마냥 끌어안고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국이 시키는 대로 몇년째 열심히 소독하고, 계사관리를 해서 ai가 생기지 않도록 한 댓가가 앉아서 망하게 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누가 당국의 지시대로 방역에 협조하겠는가?

이제는 더 이상 가금류 농가들의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부에서 전국에서 총 15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 토종닭을 수매한다고 하지만 이는 농가들의 수매 희망량에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예비비를 동원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수매량을 확대하고, 수매 대상에 들지 못하는 병아리 사육 지원을 위해 사료값 인하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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