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 문학박사·극동대 외래교수

팔경과 구곡은 동양의 2대 산수문화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전통명승 동천·구곡(洞天·九曲)을 국가명승으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를 3년째 지속하고 있다.

충북지역의 조사대상 중에는 구곡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10, 11일 양일간 충북의 대표구곡을 이 조사단원들에게 안내했다. 화양구곡·선유구곡은 이미 조사를 완료했다 하여, 청원의 옥화구곡, 괴산의 갈은구곡·연하구곡·고산구곡·쌍계구곡을 안내했다.

이는 '구곡문화관광특구' 내의 구곡이다. 이는 필자가 2001년 이를 명명·선포했다. 단일 수계에 9개의 구곡이 밀집된 곳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구곡이 미래의 문화관광자원으로 각광받을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견하고 1999년부터 연구하여 최대의 연구성과를 올린 바 있다.

다음으로 제천의 용하구곡, 단양의 삼선구곡·운선구곡을 안내했다. 앞으로의 관광과 축제가 성공하려면 적어도 '문공자' 세 가지 요건은 구비해야 한다. 즉, 문화(역사유적), 공부(체험학습), 자연(휴식건강)이다.

필자는 지난 12일에는 친구 덕분에 벼르던 함평나비축제 현장을 가보고 두 번 놀랐다. 첫번째 행사장 주변의 산수풍광의 단조로움과 평이함에 너무 놀랐다. 작은 나무로 나비모양을 꾸며놓은 산봉우리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뒷동산이다. 하천도 폭이나 수량이 무심천 정도이다.

두 번째는 행사장에 마련한 각종 전시시설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고 놀랐다. 함평의 나비축제는 관광양상의 변화와 축제유형의 진화를 읽고 선구적으로 작은 발상을 적극 실천한 함평군의 선진적 식견의 전형적 성공작이다. 그야말로 인공미학의 장점을 유감없이 증명해준 현장이다. 나비만 가지고 지속적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갈파했는지, 함평세계나비 곤충엑스포로 확대하고 있다.

며칠 전 신문보도에 의하면 민선 4기 3년차 충북도정의 새로운 좌표로 '문화선진도' 건설을 위한 5대 전략 목표를 수립했다고 한다. 그중 '전통문화 전승보존 및 창조적 계승' 계획은 신문보도 대로라면 전통명승에 대한 관광자원 방안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앞서가는 생각이 앞서가는 세상을 만들고, 발상의 전환이 자신을 위대하게 만든다. 자신이 먼저 제창하지 못하고 남이 먼저 제안했다고 자존심 상할 필요는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남이 하는 대로라도 하자.

"군자산 그림자는 괴산호를 넘는다." 충북의 구곡은 비경이 많다. 문화· 문명· 경제는 동행한다. 누군가 말했다. 남한의 중심이며 산수가 수려한 충북은 경제특별도 완성을 위해, 구곡팔경등 문화자연의 경제자원화를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이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길 빈다. 충북의 전통명승에 대한 문화지수가 향상하길 삼가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