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위해 26일부터 17대 국회 임기만료일인 29일까지 임시국회를 열자고 했지만 통합민주당은 fta로 인한 피해보전 대책이 나와야 비준안 동의를 논의하겠다며 의사일정 협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혹시 새로 선출된 민주당의 원내대표가 입장을 급선회해 국회에 나오는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한나라당이 소집해놓은 마지막 임시국회는 또다시 의원들의 직무유기 속에 파행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년전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헌정사상 초유의 상태에서 치러진 17대총선에서 전체 299석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하고 처음 도입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투표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자 소위 '민주화 세력'은 만세를 불렀고 국민들도 이러한 '파격'을 반겼다.

299명의 70%인 211명이 초선이라는 사실을 우려하는 인사들도 있었으나 많은 국민들은 17대국회가 역대 국회들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었다.

초선들의 아마추어리즘을 걱정하기보다는 그들의 정열이 배어든 깨끗하고 역동적인 정치판을 기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17대 국회도 고질적인 파행과 정쟁을 피하지 못했다.

개원 초부터 국가보안법 폐지여부와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신문법 등 소위 '4대 개혁법안'을 둘러싸고 볼썽 사나운 몸싸움까지 벌이더니 후반기에는 국민연금법, 로스쿨법 등을 놓고 타협을 모르는 정쟁을 이어갔다. 심지어 여기자 추행 파문과 지방선거 공천헌금 파문 같은 불명예스러운 일도 끊이지 않았다. 대형비리사건 연루설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초선 의원도 나왔다.

정치권이 정말로 국민을 무서워 하고,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고 생각한다면 여야는 최소한 현재의 파행이 18대 국회로까지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