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미술 다양화 이끈다

청주 스페이스 몸 제1전시실 내부모습.

콘크리트 벽면이 그대로 드러난 천장. 그 아래로 축축 늘어진 전선. 공간 한켠에 마련된 작은 탁자. 옻칠한 탁자 안의 쌀과 꽃잎모양의 청화도자 소품들...

미완(未完)의 공간인 듯한 이 곳에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버린 작품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렇게 공간은 예술이 되고 문화를 발전시킨다.

청주시 가경동 제1 전시실과 죽림동 제 2전시실로 나눠 다양한 실험작들을 소개하고 있는 미술관 ‘스페이스 몸(space mom·관장 이소영·사진)’. 2001년 갤러리로 문을 열었다가 4년만에 미술관으로 전환했다. 순수미술을 지향하는 신진작가들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서경덕·이소영 관장 부부의 집념이었다. 청주지역 대표적 도예가로 손꼽히는 이승희씨의 친구이자 치과의사인 서씨는 평소 자신이 수집한 그림들을 혼자가 아닌 주위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일부에서는 ‘돈 잘버는 치과의사의 사캄아니냐며 노골적인 선입견을 드러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남편인 서씨는 병원의 수익금을, 아내인 이 관장을 생활비를 줄였다.

대안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페이스 몸’은 한 마디로 현대미술의 틀에 박힌 화이트 큐브 전시공간을 탈피해 다양한 미술을 수용하려는 노력과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위한 무대.

그래서 기성작가의 작품보다는 젊은 작가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시각을 위주로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설치미술, 영상매체 등이 총망라돼 전시된다.

‘스페이스 몸’의 지역미술을 선도해 가려는 의지 또한 남다르다. 2006년 10월에는 도예가 이강효·오향종의 ‘옹기! 그 힘과 울림’을 기획해 지역에 수준높은 파장을 일으켰고, 지난해에는 김윤수·김호득·김택상·박기원 등 지역 젊은작가의 ‘최소한의 흔적’을 마련했다.

‘스페이스 몸’의 앞서가는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사회적 소외계층인 장애인 배려에 인색한 것에 반해 이들은 도록에 점자안내서를 넣었다. 전시장을 찾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 작품과 그 의미를 전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성강한 작품들로 변질되어 가는 인간의 정체성을 전하는 곳. 잠시 눈을 돌려 새로운 세상을 느끼고 싶다면 이 곳을 추천하고 싶다./홍성헌 기자 adhong123@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