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프로야구 사상 최고 계약금인 10억원을 받고 입단한 광속구 투수 한기주(20.kia)의 선발 진입은 요원한 것일까.

서정환 kia 감독은 22일 광주 롯데전에 앞서 "한기주가 선발로만 뛰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자문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구종이 단조롭고 몸쪽 승부를 아직 할 줄 모른다는 점 때문이다.

한기주의 구종은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2개다. 스프링캠프 때 서클 체인지업을 배웠지만 실전에서 써먹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다. 동기이자 라이벌인 한화의 류현진이 140㎞대 중반의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을 고루 섭렵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발돋움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2개 정도의 구종이라면 많아야 3~6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마무리 투수가 제격이다. 서 감독은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나면 공이 눈에 익어 상대의 집중 공략이 시작된다"는 말로 한기주의 선발 진입은 힘들 것으로 평했다.

좋은 투수라면 반드시 해야할 과감한 몸쪽 승부가 부족한 것도 한기주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서 감독은 "기주가 최근에는 몸쪽으로 붙이는 공도 던지고 타자를 종종 맞히기도 한다.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를 보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몸쪽으로 들어오는 직구 또는 변화구를 던져 타자를 움찔하게 만든 다음 거의 100% 다음 공은 바깥쪽으로 쑤셔 넣는다. 일고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처럼 좋은 투수가 되려면 몸쪽을 던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감독의 바라는 과감한 투구는 선발일 때보다 마무리로서 더욱 갖춰야 할 조건이다.

이날 롯데전에서 4-3으로 간신히 앞선 8회 2사 만루에 들어선 한기주는 첫 타자 최기문에게 볼카운트 2-1의 유리한 상황에서 연거푸 바깥쪽으로 볼 3개를 던져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빠른 볼을 지녔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제구력이 흔들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최기문이 베테랑이긴 하나 올해 출장이 적어 전날까지 7경기에서 5타수에 1안타에 그쳤다는 점에 비춰보면 과감히 몸쪽을 찌르지 못한 한기주의 투구는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 1점차 박빙의 상황에서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기주가 주변의 기대에 걸맞게 특급 마무리로 거듭나기 위해선 좀 더 과감한 승부호흡과 변화구 연마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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