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구성원들과의 상호의사소통을 통해 유지되며 존속한다.

상호의사소통을 매개하고 촉진시키는 역할에서 각종 미디어가 개입하며, 이 미디어의 기술적인 발전에 따라서 우리 인간사회의 의사소통양식이 바뀌고 사회전반에 걸친 여러 삶의 방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에 벌어지는 정부와 국민간의 의사소통 불협화음은 바로 이러한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는데, 국민들의 미디어 이용패턴을 정부가 따라잡지 못한데서 오는 이해의 부족 또는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신문, 라디오 또는 텔레비전과 같은 올드 미디어 시대에서는 이 미디어가 수용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른바 강효과 이론이라 하여, 미디어 컨텐츠가 사람들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매우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그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일컬어지는 상품경제의 발전, 거대 도시화의 진전, 전통적인 공동체 사회의 약화 등의 환경 아래서 전사회 구성원을 상대로 일방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대중매체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사회구성원들은 대중미디어의 일방적인 또는 나약한 수용자로 묘사되고, 그러한 존재로 남는 반면, 미디어의 힘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괴물로 비쳐졌다.

미디어 학자들은 이러한 영향력을 상정하여 소위 탄환이론이니 피하주사이론이니 하는 용어로 설명하였는데, 미디어 수용자는 미디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조정 가능한 피동적인 존재들로 상정한 것이다.

즉, 타겟을 향해 정확히 총을 쏘듯이, 주사기로 정맥주사 놓듯이 메시지의 일방적인 주입으로 메시지 수용자들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후 발전된 모델로써, 소위 여론지도층을 통한 간접적인 영향을 주장한 제한적인 효과이론도 등장하였는데, 이 경우는 여론을 주도하여 이끄는 집단을 상정한 것이다.

또한 미디어의 장기적이며, 누적적인 효과에 관심을 두어, 미디어의 효과는 다시 강력할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다는 미디어 수용자상이 대두 되기도 했다.

이제, 이러한 기존 미디어 이론들로는 도대체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이번 소고기 시위현장에서 나타난다. 기존의 이론적 틀이나 상식을 가진 기성세대의 집단 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장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현상들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친숙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간격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출현 이후는 소위 융합미디어의 시대로서 우리의 소통방법과 구조, 사회생활양식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소위 일인미디어로 만들어지는 삶의 제각각 모습들을 담은 영상들이 꾸밈없이 전달되며,개개인들의 의견과 주장들이 만천하 모든 개개인들에게 전달되고 피드백 되는 미디어 환경은 특정 정보생산집단만의 전유물일 수 없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닫힌 소통구조의 사회에서 활짝 열린 사회로, 천지개벽까지는 아니드라도 개벽한 세상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러니 이런 간격에서 오는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므로, 이 간격을 좁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결을 위해 서로 상대방을 배우고 이해하려 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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