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실시된 대입 수능 모의평가에서 복수정답이 인정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수능 본고사 과학탐구영역 물리 ⅱ 과목의 한 문항에서도 복수정답이 인정돼 수험생 1000여명의 등급이 바뀌고, 급기야 출제 관리·감독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등 대혼란을 초래했다. 이래서야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복수정답 인정 사태는 수능 등급제가 실시 1년만에 사실상 폐지된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모의평가 결과라는 점에서 교육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등급제는 애초 대입에서 수능 대신 학생부 비중을 높여 공교육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수능 성적을 1∼9등급으로만 표시함으로써 수능이 당락을 결정짓는 잣대가 아니라 일종의 자격고사가 되게끔 한 것이다. 그러나 어느 과목이건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달라지고, 학생부 비중을 높여달라는 정부 지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일부 대학이 오히려 수능 비중이 강화된 전형을 신설하거나 학생부 등급 간 점수간격을 좁혀 고의로 학생부 비중을 낮추면서 등급제는 제 기능을 상실했다.
백분위와 표준점수 공개와 더불어 등급제가 사실상 폐지된 마당에 이런 식의 출제 오류와 복수정답 인정 사태가 본 수능에서 재발할 경우 혼란의 정도와 반발은 그어느 때보다 클 수 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학들은 수험생들의 등급 외에 같은 등급이라도 백분위와 표준점수까지 들여다보는 전형을 실시할 게 뻔한만큼 출제 오류에 따른 1∼2점 차는 당락의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대입 업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각 대학으로 이양되기 때문에 수능 시험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란 점에서 보면 교육당국의 철저한 재발 방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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