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교수

내 늦둥이 막내아들이 영어 유치원을 다닌다.

그간 돈이 엄청 들었는데 그래도 돈 쓴 보람이 있어 혀가 기막히게 잘 돌아간다. 우리 학창 시절에는 중학생 때 비로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 입시도 문법과 독해력 위주로 출제되었기 때문에 발음과 엑센트 부분이 약했는데 막내 아이는 5살부터 영어 배우고 본토 발음 익히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사무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우리 국력이 좋았다면 영어 익히는 노력으로 과학 분야 등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지금보다는 모든 분야에서 앞서 나갔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아무튼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영어 교육인 것 같고 아들 놈 영어유치원 비용 대느라 내 지갑은 유리지갑일 수밖에 없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교육시켜야 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어느 날은 아이 앞에서 영어를 사용하였더니 나에게 발음교정을 해 주는 것을 보고 한편으론 놀랐고 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 내가 돈 못 쓰면서 그 비싼 영어 유치원을 보내 주는데 그 정도 발음은 나와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상당히 흐뭇했다. 그래 그런지 우리 같은 무식한 사람들이 자식들 앞에서 망신당하지 말라고 아예 영어에 대한 한글발음 자체를 영어 발음식으로 표기하자는 의견이 대통령 인수위에서 나왔다. 이른바 아륀지 사건이다.

오렌지를 아륀지로 표기하자는 얘기였는데 그 후 사교육비용이 더 증대됐다는 것과 아륀지 발음에 대한 비아냥 보도가 상당히 많이 나온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여파가 있어서 그런지 최소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라도 보장될 것 같았던 인수위원장께서 눈치 빠르게 자진해서 사퇴서를 제출하셨고 지금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신 것 같다.

그 분 입장에서는 나 같이 무식한 사람을 위해 십자가지셨건만 무지몽매한 국민들이 하라면 할 것이지 비아냥거리고 덤볐으니 이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게다가 기러기 아빠들을 위한 사려 깊은 말씀이셨는데 이를 이해 못하는 우리들은 이상한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내 주변에 돈 없어 영어 유치원을 못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게다가 기러기 아빠 처지이면 우리사회에서 그래도 상당히 잘 먹고 잘 사는 계층에 해당한다.

그런데 현 정부에 받는 느낌은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잘 먹고 잘 사는 분들의 고충거리만 헤아려 주는 것 같다.

그 시발이 아륀지였고 그 후 고소영, 강부자 그리고 지금의 소고기 정국까지 연장선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사실 가슴 아픈 것이 대통령에 대해 아륀지에서 변모된 어린쥐(쥐xx)라고 말 하는 것이다.

지금 시민들이 들고 나오는 촛불은 표피적으로는 소고기와 대운하 문제로 되어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아륀지에 대한 반감이며 이것이 어린쥐로까지 발전되었다는데 문제가 크다.

아륀지 발음이 나오기 이전으로 빨리 돌아가야만 한다. 아륀지가 다시 오렌지로 발음되어야만 비로소 떠났던 민심도 돌아온다.

하루 빨리 오렌지로 돌아가고자 몸부림치는 모습이 보여 지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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