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손학규 공동대표가 "창피해 얼굴도 못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 자리에서다.

전당대회 대의원 선정을 위한 계파간 밥그릇 싸움 때문에 시도당 개편대회가 지연되는 등 시끄러운 당내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박상천 공동대표를 겨냥한 듯 했다는 게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그런데 이 말을 전해듣는 우리는 마치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요즘 심정을 얘기한 것 같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쇠고기 추가협상, 물가상승, 경제난 등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국회를 외면한 채 거리를 헤매다가 급기야 자기들끼리 삿대질을 해대는 민주당이 제1야당이라는 사실이 국민은 창피하다.

정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다. 특히 과거에도 집권당의 전당대회와 달리 야당의 전당대회에서는 각 계파가 당권을 잡기 위해 각목과 폭력배를 동원하는 등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절은 여러번 바뀌었고 정치풍토도 많이 달라졌다. 26일째 국회 개원에 응하지 않고 외곽을 떠돌다가 여론에 밀려 등원시기를 좌고우면하는 야당의 모습에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당지지율이 10% 중반 수준으로, 출범이후 4개월동안 국정운영 미숙으로 비판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절반밖에 안될까.

손 대표의 말은 한마디로 자신의 지도력, 협상력, 정치력 부족을 실토한 것처럼 들린다. 박상천 대표와 그렇게 타협이 안된다면 두사람 다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 상태에서 민주당의 국회 등원도 더 강한 리더십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리는 과거 야당 지도자들이 원외투쟁을 벌이다가도 국가위기 상황이라는 판단이 서면 '무조건 등원'을 선언하고 국회로 돌아갔던 사례들을 기억하고 있다. 축제분위기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다면 제1야당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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