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인과 파키스탄인 등 9명이 헤로인의 원료인 무수초산을 대량으로 탈레반에 넘기다 한국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탈레반이 어떤 조직인가. 지난해 7월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뒤 국제사회의 간절한 호소에도 인질 2명을 살해하는 등 온갖 악행을 벌이다 1개월 보름 만에 석방시킨 악명높은 테러단체 아닌가.
더구나 탈레반은 9.11테러를 자행한 이슬람근본주의 무장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두목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면서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공적으로 지목돼 온 단체이다. 그런 조직에 연루된 아프간인이 버젓이 국내로 들어와 합법적 무역을 가장해 대량의 마약 원료를 넘겼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에 적발된 아프간인들은 국내에 체류 중인 인도인 등을 고용해 일본에서 무수초산 12t을 들여와 경기도 일대의 한 화공약품 공장에 보관해오다 엔진오일로 위장해 아프간 남서부의 탈레반 거점인 님로즈 지방으로 수출하려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과는 별도로 파키스탄인은 지난해 4월부터 모두 5차례에 걸쳐 총 50t 분량의 무수초산을 다른 화공약품으로 위장해 아프간으로 밀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한국을 경유지 삼아 아프간에 이미 보냈거나 보내려던 무수초산 62t은 아편과 함께 정제 과정을 거치면 30t 분량의 헤로인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무수초산은 폭약인 tnt나 헤로인의 원료물질이지만 탈레반은 이를 헤로인으로 만들어 이웃국가 등 국제시장에 팔면서 테러자금을 조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그동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마약사범을 철저히 단속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마약청정국'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 한국은 라오스와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 마약수사의 노하우를 수출하는 등 동남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왔으나 이번 사건으로 청정국의 위상에 타격을 받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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