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이제 취임 100일을 갓 넘긴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20% 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를 살려줄 적임자로서 국민의 기대를 흠뻑 받고 당선되었지만 벌써 국민들로부터 그 능력과 리더십을 의심받고 있다.
샐러리맨의 성공신화를 이룩한 ceo 출신이자 서울시장까지 지내면서 그 능력을 검증받은 이명박 대통령이 왜 집권 초기부터 다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었을까? 거기에는 경기침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1세기의 대중이 요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한마디로 말해서 현대 리더십의 핵심은 거래적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리더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과정에 흥정의 개념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으로 뽑아주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라는 거래의식의 틀 속에서 생각하고 또 행동한다. 결코, 투표했으니 그걸로 끝이라는 방임적 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
리더는 이제 구성원들이 원하는 적합한 보상을 제공해야만 그들로부터 좋은 관계의 유지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힘 있는 대중이자 국민들이 이와 같은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자본주의 사상의 성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본주의 제도 속에서 살고 있는 대중들은 1960년대까지 세계 경제를 지배한 포드주의, 즉 일방적 대량생산체제가 끝나고 대중의 요구에 의한 소량다품종 생산방식에 정보화가 가미된 신경제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경제흐름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동시에 정보화의 발달에 따른 의사소통의 개방과 함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참여가 일반화되면서 대중들은 권력과 제도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2007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도 기업과 제도의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넘어가고 있다고 선언할 정도이다.
이번에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촉발된 촛불 시위 역시 국민들이 소비자로서의 권리의식을 실행에 옮긴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적 리더십의 두 번째 핵심은 변혁적이라는 사실이다.
변혁적 리더십의 핵심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리더는 수많은 역경과 경험, 그리고 고도의 전문가적 역량을 통하여 미래를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기반으로 리더는 구성원들의 가슴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스며들도록 해야 하며 리더와 함께 함으로써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종속적 태도는 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그것은 곧 정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리더십의 차원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은 그를 뽑아준 국민들이 대통령과의 거래관계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고 믿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물질적 · 정신적 차원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도하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보수 세력의 결집과 같은 정치적인 접근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음으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걸맞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작금의 촛불 시위사태 등은 오히려 집권초반에 국민이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전열을 가다듬고 국민들이 충분한 보상감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의 수행과 성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신뢰와 지지도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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