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정창준 청주대 광고홍보전공 교수

정창준교수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모 방송의 사극 드라마에서 한 인물의 죽음이 암시되는 시점을 두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필자는 이 드라마를 가끔씩 듬성듬성 보아 와서 자세한 줄거리는 꿰지 못했지만, 시청 중에 식구들한테 귀동냥으로 들었으므로 이야기의 대강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번 시청 시 딸아이한테 관심의 그 주인공 이야기를 듣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주인공이 극중 인물 케릭터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리려는 욕심으로, 멀쩡한 생니를 그것도 앞니를 뽑아 버렸다는 것이다.

우선 이 다소 엽기적인 이야기를 듣고 과민한 반응인지 모르겠으나 소름이 오싹 돋았다. 어떻게 그렇게 까지 해서 연기를 해야만 하는가. 꼭 쌩니를 뽑았어야 했는가. 연기 중 몰입하여 다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일부러 생니를 뽑는단 말인가.

이후에 또 들은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최근에 시청률이 오르고 있다는 것인데, 또 한번 씁쓸한 기분이 들면서 잠시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건 맡은바 각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혼신의 힘을 쏟는 노력들에 대해 우리는 대부분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것이 인지상정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례에 선뜻 박수를 보내거나 격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이미 오래전에 이와 비슷한 사례의 애피소드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여배우가 극중 인물역을 소화하기 위해 평소 아름답던 긴 머리를 과감히 삭발했다든지, 과감한 누드 씬을 연출하였다든지 등등 있었지만, 점점 그 강도에 있어서 너무 심하게 에스컬레이트 되는 것이 주목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변화의 한 가닥 중 변화의 질적인 세기 또는 강도가 점점 세지면 세졌지 좀처럼 약화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까이는 우리말의 된소리 발음이나 극단적 용어사용의 증가 크고 작은 갈등에서 사용되는 "전쟁"이라는 용어의 무분별한 남용과 사회 범죄의 질적인 세기에서의 극단화 경향 등이 심각하다 못해 감각이 모두들 무뎌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운 것이다.

잠시 통계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자료를 찾아보니 2000년 이후, 범죄발생률에서 전체빈도는 약간씩 줄고 있었지만, 질적인 강도 또는 세기에서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즉, 흉악스런 살인·강도 등 이른바 5대 범죄가 2001년 86224건에서 2002년 46만6997건으로 엄청나게 늘어나서 이후 큰 변화가 없다가 2005년부터 다시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어사용과 범죄의 질에 있어서의 극단화 현상이 어느 한 배우의 극단적인 연기준비행동과의 연관성을 섣부르게 유추하는 것이 무리한 것이겠지만 크게 보면 이런 일들이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변화의 여러 측면에서 엇비슷이 같이 맞물려 움직이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크게 잘못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 구성원 스스로 이러한 극단현상을 거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드라마 배우의 과잉행위도 결국은 극심한 방송시청률 경쟁속의 희생양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이런 현상에 무감각하게 박수만 친다면 우리는 스스로 우리 감각을 더 무디게 하는데 일조할 뿐이며 다음에는 또 더한 그 무엇을 요구하게 될까 벌써 무서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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