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이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지만 여전히 '비리 백화점'임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넘어 범죄적 수준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대검찰청은 석 달여에 걸친 집중 수사 끝에 21개 공기업의 비리를 밝혀내고 구속 37명을 포함해 104명을 기소했다.
무면허 업체에 공사를 발주한 대가로 성매매가 포함된 동남아 관광을 챙긴 도로공사 간부가 있는가 하면 근로복지공단 5급 공무원은 3년 간 15억 원이나 횡령했을 뿐더러 한 번에 로또복권을 1000만 원어치씩 구입하며 횡령액을 모두 탕진할 정도로 돈을 물 쓰듯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이에 못지않다. 석유공사는 유가가 떨어질 걸로 보고 비축유를 판 뒤 유가가 다시 올라 다시 채워 넣지 못한 상태에서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수십억 원을 출연했다.
도로공사는 집이 있는 직원들에게 전세금을 부당 지원했다.철도공사는 무임승차권을 임직원 가족과 친지에게도 남발했다.
이렇게 독점적 지위에서 거액의 예산을 주무르는데도 견제가 미흡해 재량권 과다 행사가 빈번하며 업무 숙지도와 전문성은 떨어져 국고 낭비와 손실을 초래하기 일쑤다. 비리에 대한 내부 감시체제가 없거나 있어도 부실하고 금품 유혹에 넘어가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총체적 '도덕 불감증'에 빠져있다. 일부에서는 노조마저 비리 대열에 가담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각 주무 부처의 재량에 맡긴단다. 공기업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이기 십상인 부처들이 공기업 개혁에 열을 올릴 리 없다. 개혁이 흐지부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이런 공기업을 방치해 놓고 국정 개혁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영화든, 경영 효율화든, 아니면 통폐합이든, 공기업 개혁은 시간을 다투는 최우선 국정과제다. 국민 대부분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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