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박광호 편집부국장

박광호 편집부국장

요즘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이 서원학원 문제인만큼 애정어린 쓴 소리 좀 해야겠다. 서원학원은 5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로 이뤄져있다. 이 중 주도적 역할은 대학교에 있다.
그 서원대학교 교수들에게는 '원죄(原罪)'가 있다.지금 상당수 교수들이 학원운영 파탄의 책임을 물어 퇴진을 요구하는 현 이사장을 5년 전에 영입한 것도 그들이고, 그에 앞서 10년 전 교비를 빼돌려해외로 도망 가 학원을 회생불능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c전 이사장을 끌어들인 것 역시 교수들이었다.
두 사건 모두 지난 1992년 학원 부도 이후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학원 운영에 결정적 전환점이 됐을뿐만 아니라 계속 된 책임공방으로 교수들의 반목과 대립, '내 편아니면 네 편'으로 갈리게 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 그만큼 학원의 정상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오죽하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도 "작금의 현 사태에 대해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교수들은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깎아 내릴 정도다.
이 교수들의 패갈림이 최근 현대백화점 그룹의 학원 인수 의향 공식발표 이후 더욱 극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교수회와 안정화를 바라는 교수들의 모임(안교모), 그리고 별개의 교수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건 물론이고 상대방을 학원 발전을 위해 있어서는 안 될 존재로 비난하고 있다.
머리를 맞대고 향후 대처방안을 궁리해도 모자랄 판에 공개석상에서까지 대놓고 인신공격, 학생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다.
지금 학생과 직원 등 대부분 구성원들의 분위기는 망망대해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며 난파선 신세를 면치 못하던 배(학원)에 새 선장(현대백화점)이 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그 선장감의 능력, 자질 파악은 둘째치고 일단 오랜만에 선장 후보가 등장했다는 자체를 반기고 있다.
그런 한 켠에 선장 후보의 능력, 왜 선장이 되려고 하는 지 알아보고 그 선장에게 자신들을 어떻게 이끌어 가 달라는 주문을 해야 할 판에 선원(교수)들끼리 흠집내기 싸움을 벌이는데 대한 힐난의 소리도 새나오고 있다. 지역민들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교수들의 대립과 마찰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눈여겨 볼 행동도 관측되고 있다. 구성원들은 현대백화점의 인수의향 발표 이후 범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했다. 학생과 교수, 직원과 조교들로 짜여져 있는데 지난 24일 이 범대위가 인수 발표 이후 처음으로 서울까지 가 현대백화점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인수 의향의 진정성 ▲향후 운영계획 등을 타진해봤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자리에 교수들은 공식명단에서빠진 모양이다. 두 번씩이나 주도한 이사장 영입이 실패한데 따른 부담감 때문에 거리를 두려는 건 지, 아니면 교수들이 재단 운영에 너무 깊이 개입을 하는 게 바람직 하지 않다는 원칙을 새삼 지키려는 건지 학원 안팎에서 이런저런 해석을 하고 있다.
지금 학원은 중대기로에 서있다. 새 주인이 되려는 사람에 대한 검증, 능력 파악과 함께 새 주인으로부터 제대로 대우받기 위한 요구사항 정리 등 할 일이 산적해있다.
교수가 학원의 가장 큰 구성원이라고 자부한다면 이런 중요한 때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야 한다. 치고받기 싸움으로 날을 새면 자칫 또 다른 '원죄'를 짊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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