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밀양'을 출품해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겨준 이창동 감독.© 연합뉴스
27일 폐막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전도연(34)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이창동(李滄東ㆍ53) 감독은 참여정부의 첫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2월, 현역 영화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이 감독이 문화부 장관에 전격 발탁되자 관가와 문화예술계는 물론 일반 국민도 놀라움과 신선한 충격을 감추지 못했으며, 장관 취임 이후에도 기존의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장관과는 차별화되는 파격적 행보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004년 6월 장관직에서 물러나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2002년 '오아시스'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네 번째 작품 '밀양'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면서 '역시 이창동'이라는 찬사가 나오게 만들었다.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영화감독 이전에 교사와 소설가 경력을 지니고 있다.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교사 시절인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소설 '전리'가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가로 활동하면서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각각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는 등 문학적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가 영화계로 진출한 것은 1993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으면서부터. 1995년에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각본을 써 그해 백상예술대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어 1996년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씨 등과 함께 영화사 이스트필름을 설립한 그는 창립작 '초록물고기'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도시화와 근대화의 어두운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영화는 그해 백상예술대상 작품상ㆍ신인감독상ㆍ각본상과 영화평론가상 작품상, 대종상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 국내 주요 영화제를 휩쓸었으며 캐나다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받는 등 20여 개의 해외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1999년 발표한 두 번째 영화 '박하사탕'은 군사독재 시대의 어두운 면을 들춰낸 작품으로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고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국내에서는 '박사모'(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자발적 영화 팬클럽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감독은 2002년 발표한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그가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문화예술계에서는 문화예술인 출신 장관의 탄생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화감독으로서 절정기를 맞고 있는 이 감독이 자칫 무미건조한 관료생활로 인해 그 동안 닦아온 예술적 감각이 무뎌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오아시스' 이후 4년 만에, 그리고 문화부 장관 퇴임 후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인 '밀양'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음으로써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털어내고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부인은 mbc tv 인기 드라마 '고백'과 특집극 '눈먼 새의 노래' 등을 집필한 방송작가 이란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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