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지난달 모 방송사 시사교양프로그램 작가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
 

이혼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에 하나인 재산분할의 대상에 퇴직금이 문제된 소송사례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당사자들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알고 전화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확고한 대법원 판례가 떠올라 왜 그런 취재를 하게 된 것인지 반문했다.
 

장래의 퇴직금을 이혼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이뤄졌다는 말을 듣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관련 뉴스를 접하게 됐다.
 

재산분할의 대상으로써 퇴직금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은 이혼 당시에 이미 수령했거나 수령하지 않은 퇴직금도 분할의 대상이 되지만 '부부 일방이 아직 퇴직하지 아니한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을 경우 그의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가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고, 장래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은 민법 제839조의 제2항 소정의 분할의 액수과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되면 족하다'고 해 장래의 퇴직금은 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혼소송 전문인 동료 변호사와 얘기를 해봤는데, 장래의 퇴직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가에 의견이 모아졌다.
 

퇴직금은 주거에 필요한 재산 다음으로 부부의 재산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제외할 경우 사실상 부부가 함께 이룩한 재산의 청산이라는 재산분할이 공평하게 이뤄지기 어렵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이혼소송 당시까지 발생된 퇴직금을 산정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7·16 전원합의체판결을 통해 장래의 퇴직금과 퇴직연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고 기존 판례의 입장을 뒤집었다.
 

퇴직금과 퇴직연금은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 포함돼 있어 부부 쌍방이 협력해 이룩한 재산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이혼할 때도 분할을 하는 것이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며,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 혼인생활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까지 이혼시기를 미루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또 대법원은 재산분할의 대상이 포함될 퇴직금의 액수 산정과 관련해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이 끝난 시점에서 퇴직할 때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 상당액을 분할 대상으로 삼으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어 이혼할 당시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이미 퇴직해 실제로 퇴직연금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그가 앞으로 수령할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혼의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 여부인데, 장래의 퇴직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켜 이혼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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